책이야기

‘마당을 나온 암탉’에 꿈을 준 아카시아꽃

우면산 2020. 12. 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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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의 장편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는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다. 이 동화에서 아카시아나무는 주인공 암탉에게 꿈을 주는 나무로 나온다. 주인공잎싹은 철망 속에서 알을 낳는 양계장 닭이었다. 잎싹은 파란 잎사귀가 나중에 향기로운 아카시아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고,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탄생시키고 싶다는 꿈을 갖는다.

 


<눈부신 바깥. 마당 끝에 있는 아카시아나무에 새하얀 꽃이 피었다. 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양계장까지 들어와 잎싹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잎싹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철망 틈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털이 숭숭 빠진 맨목덜미가 빨갛게 드러났다.

'잎사귀가 또 꽃을 낳았구나!'

잎싹은 아카시아나무 잎사귀가 부러웠다. 눈을 가늘게 떠야 겨우 보이던 연두색 잎사귀가 어느새 다 자라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 냈다.>

 

아카시아꽃.

 

잎싹은 꿈이 생기자, 죽음을 무릅쓰고 양계장 밖으로 나온다. 양계장 밖은 사나운 족제비가 있는 위험한 세계였다. 잎싹은 부화란을 낳지는 못하지만, 우연히 야생 오리인 '나그네'의 알을 품는다. 잎싹은 끝내 오리 새끼를 부화시켜 이름을 '초록머리'로 짓는다. 끝까지 족제비의 위협에서 초록머리를 지켜준 잎싹은 결국 굶주린 족제비도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구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을 내주면서 생을 마감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청소년용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없는 글이다. 암탉이 양계장에서 편하게 먹고 알을 낳으며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탈출해서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꿈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려져 있다. 서정적인 문체와 따뜻한 묘사도 좋다.

 

아카시아나무(정식 이름은 아까시나무)는 초여름에 향긋한 꽃내음을 주고,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나무다. 포도 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꽃은 어린 시절 허기를 달래는 간식거리였고, 깃털처럼 줄줄이 달린 잎은 다양한 놀이의 도구였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하나씩 잎을 따내 먼저 다 따내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도 있었고, 손가락으로 아카시아 잎을 튕겨서 잎을 많이 떨어뜨리는 게임도 있었다. 여자애들은 잎사귀를 모두 따낸 줄기로 머리를 돌돌 마는 아카시아 파마 놀이를 했다.

 

아카시아꽃.

 그러나 최근 아카시아나무는 주변에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 나무를 땔감으로 쓰는 용도가 사라지면서, 쓸모는 없으면서 다른 나무의 성장을 억제해 산을 망치는나쁜 나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마구 베어내고 있다. 뿌리가 깊지 않아 태풍으로 강한 바람이 불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다. 이 나무가 구한말 우리나라에 들여와 왕성한 생명력으로 황폐한 산을 녹화하는데 기여했지만 이제는 제 역할을 다하고 사라져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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