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릴리·데이지, 김초엽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꽃들

우면산 2020. 12. 1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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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소설집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으면서 꽃이 나오는 소설을 찾아보았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쉽게도 꽃이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나온 소설은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꽃이다. 그래서인지 꽃에 관심이 많지 않다. 요즘 젊은 작가 소설에서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나오는 꽃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쩌다 젊은 작가 소설에서 꽃이 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밖에 없다. ^^

 


김초엽 소설은 SF(Science Fiction)소설이지만 인간의 내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있게 응시하는 것이 참 좋았다. 1993년생 젊은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웅숭깊은 시선으로 글을 쓰는지 감탄하며 읽었다. ‘웅숭깊은 시선이라는 표현은 김초엽 소설에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여러 생각할 거리도 주었다.

 

그래서 김초엽 소설을 소개하고 싶었다. 고심한 끝에,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나오는 꽃은 없지만, 이 소설집의 첫번째 소설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주인공들이 꽃 이름을 가진 것을 명분 삼기로 했다. 과거의 주인공 릴리, 현재의 주인공 데이지 모두 예쁜 꽃이름이다.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표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국내도서
저자 : 김초엽
출판 : 허블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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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유전자 변형 기술과 장애의 관계를 탐구한 작품이다. 릴리는 인간 배아를 맞춤 디자인해주는 유전자 해커다. 릴리의 부모는 가난해 산전 유전자 검사를 받지 않았고, 유전병으로 릴리 얼굴에 얼룩을 남겼다. 이 컴플렉스 때문에 릴리는 유전적 결함이 없는 인간을 만드는 일은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릴리는 마흔 살이 되자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었다. 자신의 클론 배아를 아름다움, 지성, 호기심과 매력을 모두 갖춘 배아로 제작했지만 나중에 자신이 가진 유전병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배아를 폐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릴리는 이 배아를 폐기하는 것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릴리는올리브라 이름 붙인 아이에게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세상을 주고자 지구 밖에마을을 만들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결점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장애에 대한 인식과 편견이 없는 마을이면 그걸로 충분한 것일까. 이렇게 한걸음 더 나아가는데 이 소설의 미덕이 있다. 릴리가 죽고 난 후 올리브는 지구에 가서 릴리의 흔적을 찾는다. 올리브는 장애인 혐오를 경험하지만 차별의식이 없는델피를 만나 릴리의 일생을 전해 듣고 마을로 돌아와 기록으로 남긴다.

 

올리브는 지구로 돌아가면서 마을에 순례 관습을 남겼다. 마을 아이들은 일종의 성년식으로 '시초지' 지구로 1년 동안 순례를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순례자 중 일부는 항상 마을로 돌아오지 않고 지구에 남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 소설도 마을의 소녀 데이지가 울고 있는 한 순례자를 보며 의구심을 품고, 릴리와 올리브 이야기를 추적하는 형식이다.

 

과거의 주인공 이름은 릴리, 현재의 주인공 이름은 데이지...  둘 다 꽃이름을 쓴 것은 작가가 일부러 이렇게 한 것이라 믿는다. ^^ 소설에 더 꽃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곳곳에추위에 움츠려 있던 꽃들이 때마침 활짝 피어났어’ ‘(문지기는) 지구에 가면 그 무덤 앞에 꽃을 놓아달라고도 말했지같은 문장으로 보아 작가가 꽃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ㅎㅎ

 

백합.

 

릴리는 백합이니까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겠고, 데이지(Daisy)는 유럽 원산인 관상용으로 널리 심는 여러해살이 꽃이다.꽃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데 흰색, 연한 홍색, 홍색 등으로 피고, 뿌리에서 올라온 꽃줄기 끝에 꽃차례가 한 개씩 달린다. 잎은 뿌리에서 나오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주걱 모양이다. 데이지 하면 흔히 잉글리시데이지를 가리킨다.

 

데이지.

 

다른 소설관내분실도 가슴 뭉클하게 읽었다. 죽은 자들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도서관을 상상하는 내용이다. 이 도서관은 망자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곳으로, 유족들은 도서관에 와서 망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엄마의 인덱스가 지워져 ‘관내분실’ 상태에 빠지자, 화자가 엄마의 마인드를 다시 불러오기 위해 생전 흔적을 더듬고 결국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와 화해하는 내용이다.

 

표제작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웜홀 통로를 통한 항법 개념을 바탕으로 우주 항공 시대 여성 기술자가 겪는 가족과의 이별을 다루었고,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한 여성 우주비행사가 발사 직전 우주로 가지 않고 바다로 뛰어든 이유를 살펴보는 이야기다. 하나같이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기 어려운 흡입력을 가진 소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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