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죽나무와 가죽나무는 참 비슷하게 생겼다. 봄에서 여름까지 두 나무는 전체적인 나무 인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고, 가까이 가보아도 긴 잎자루 양쪽으로 길쭉한 작은잎이 20개 안팎 달리는 모양(깃꼴겹잎)도 비슷하다.
그러나 두 나무는 상당히 다른 나무다.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다. 과(科)가 다르니 요즘 보이는 열매 모양이 확연히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열매가 달린 요즘이 두 나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적기다. 참죽나무 열매는 계란 모양 타원형인데, 끝이 5갈래로 갈라진 독특한 모양이다. 반면 가죽나무 열매는 단풍나무 열매 비슷한 시과다. 가죽나무 시과 열매는 봄까지 달려 있어서 이 나무의 암수를 구분하는데 쓸 수 있다.
어려서 참죽나무 열매로 소꿉장난한 추억이 있다. 이 열매 곁껍질 5개를 떼어낸 다음 몸통에 꽂으면 돼지 모양을 만들 수 있다. ^^ 가죽나무는 서울 시내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데, 참죽나무는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절이나 절 근처에 가면 참죽나무를 볼 수 있다. 과거에 절에서 참죽나무 새순을 나물로 이용한 흔적인 것 같다. 서울 서대문 봉원사, 관악산 관음사 등에 가면 비교적 큰 참죽나무를 볼 수 있다.
열매가 없을 때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은 작은 잎의 아래쪽을 보는 것이다. 가죽나무 작은잎 아래쪽엔 사마귀 모양의 샘점이 달려 있다. 이 샘점을 비벼보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 참죽나무 잎에는 이런 샘점이 없다.
참죽나무와 가죽나무라는 이름은 봄에 나는 새순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붙인 것이다. 먹을 수 있는 참죽나무는 진승목(眞僧木)으로 부르다가 참중나무, 참죽나무로 바뀐 것이다. 참죽나무 새순은 뜨거운 물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전으로도 먹고 장아찌로 담글 수도 있고, 새순을 말려 부각도 만든다.
가죽나무는 새순을 먹을 수 없어서 가승목(假僧木)에서 가중나무, 가죽나무로 변했다. 요즘 도시 주변의 숲이나 빈터에 가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바로 가죽나무다. 그래서 우리 자생 나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이 고향인 나무로, 우리나라에 귀화한 나무다. 우리나라 남쪽 지방에서 참죽나무를 가죽나무, 가죽나무를 개가죽나무로 부른다는데,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정한 대로 맞추어 부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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