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소개하고 싶은 나무가 있다. 바로 호랑가시나무다. 이 나무의 빨간 열매 달린 가지가 성탄절 장식이나 카드에 어김없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 호랑가시나무 가시는 예수의 면류관, 빨간 열매는 예수의 피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나무의 영어 이름이 ‘holly’다.
호랑가시나무는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나무다. 다 자라야 3m를 넘지 못하니 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잎이 특징적인데, 가죽처럼 질기고 두껍고 광택이 있다. 짙은 녹색으로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의 각진 부분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달려 있다. 이 가시가 호랑이 발톱 같다고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
꽃은 4~5월 작은 우산살 모양으로 녹백색으로 피는데 좋은 향기가 난다. 가을이면 잎새 사이로 구슬같이 둥글고 붉은 열매가 달린다.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 등 주로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에 호랑가시나무 군락지가 있는데, 천연기념물 제122호다. 여기가 이 나무의 북방한계선이라고 하지만, 서울 홍릉수목원에서도 생울타리로 호랑가시나무를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
부안과 서울의 중간쯤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에는 호랑가시나무와 함께 완도호랑가시도 많이 심어 놓았다. 완도호랑가시와 이 수목원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완도호랑가시는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미국 출신의 고 민병갈((Carl Miller) 원장이 1978년 완도지역 식물 탐사 중 발견한 종이다.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자연 교잡종이다. 그래서 완도호랑가시 잎은 두 종의 중간형으로, 잎의 톱니는 호랑가시나무를, 잎의 질은 감탕나무를 닮았다. 잎 가장자리가 둥글고 가시가 끝에만 약간 있으며 잎의 질이 두껍지 않다.
민병갈 원장은 생전에 이 발견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완도호랑가시 이야기만 나오면 “식물학도에게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영광”이라며 “후손이 없는 나에겐 영원히 살아 있을 자식을 하나 만든 것과 다름없다”며 좋아했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에서 인용). 천리포수목원은 호랑가시나무는 물론 완도호랑가시를 많이 심어 놓고 고인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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