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둘레길이나 가까운 산에 오르다보면 한겨울인데도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덩굴식물이 있습니다. 상록수처럼 빳빳하지는 않고 좀 힘이 없어 보이는 잎이긴 하지만 그래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주말 인왕산 둘레길에서 만난 것입니다.
어떤 것은 나무 등 주변에 있는 물체를 타고 높이 오르고, 주변에 마땅한 식물이 없으면 옆으로 기면서 자랍니다. 이 식물이 인동덩굴입니다. 인동덩굴은 전국적으로 산 주변이나 언덕 같은 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화단에 심기도 합니다. 서울 청계천 양쪽 화단을 보면 인동덩굴을 길게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동(忍冬)덩굴이라는 이름은 추운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겨울을 이겨낸다고 붙인 것인데, 중국명을 차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 주변 등 중부지방에서 보면 겨울에는 잎이 온전히 푸르지 않고 살짝 변색되거나 오그라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든 힘겹게나마 인동덩굴이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 보통 인동덩굴 잎 모양은 긴 타원형이지만, 어린 나무의 잎은 깃꼴 모양으로 갈라지기도 합니다.
사실 인동덩굴은 잎보다 꽃이 인상적입니다.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입술 모양의 기다란 꽃이 나와 피는데, 흰색으로 피다가 노란색으로 점점 변합니다.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은색으로 피었다가 금색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 흰색이 노랗게 변하는 건 벌과 나비에게 “나는 수정을 끝냈으니 옆의 꽃을 찾아주세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동과 식물 상당수가 꽃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꽃이 지고 나면 늦가을에 검은색으로 익는 열매를 볼 수 있습니다. 둥근 형태로, 지름 0.6~0.7㎝ 정도입니다. 검은색이라 감히 먹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쓴맛이 강하지만 약간 단맛도 있다고 하니 한번 맛봐야겠습니다. ^^
인동덩굴을 소개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붉은인동입니다. 인덩덩굴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붉은색 꽃이 피는 식물입니다. 유럽 원산의 원예품종으로, 공원이나 가정집 화단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인동덩굴처럼 잎 겨드랑이에서 꽃이 차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붉은색 꽃이 가지 끝에 뭉쳐 달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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