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큰봄까치꽃=큰개불알풀 꽃이 피었습니다 ^^

우면산 2021. 2. 2.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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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잠시 남쪽 고향에 들렀을 때 큰개불알풀 꽃이 핀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 피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가서 찾아보았는데 예상대로 피어 있었습니다. ^^ 큰개불알풀은 빠르면 1월부터 거의 일 년 내내 피는 꽃이기 때문에 요즘 큰개불알풀 꽃이 피었다고 해서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큰개불알풀 꽃을 담은 날짜들을 살펴보니 가장 빠른 것이 220일쯤입니다. 열흘이나 보름 정도 빠르다고 놀랄 일은 아닐 겁니다.

 

1월말에 핀 큰개불알풀(큰봄까치꽃) 꽃.

 

큰개불알풀 꽃은 하늘색 꽃에 짙은 줄무늬가 있는데, 냇가 등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그냥 개불알풀은 꽃이 더 작고 꽃색도 연분홍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큰개불알풀(큰봄까치꽃).

 

큰개불알풀의 학명은 ‘Veronica persica’입니다. 뜻밖에도 속명 베로니카(Veronica)는 기독교에서 성녀(聖女) 이름입니다. 서양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예수가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를 메고 올라갈 때 이마에 흐르는 피땀을 손수건으로 닦아준 여인이 베로니카였고 그 순간에 예수 얼굴이 손수건에 세겨졌다고 합니다. 베로니카 이야기는 성경에는 나오지 않지만, 가톨릭 교회에서는 전통으로 받아들여져 중세 예술에서 주요 소재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서양의 성스러운 전통과 우리말 꽃이름은 너무 거리가 있죠? 베로니카 전설이 아니더라도, 큰개불알풀, 개불알풀 이름을 부르기 민망하다고 각각 큰봄까치꽃, 봄까치꽃으로 바꿔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여전히 큰개불알풀을 추천명으로 하고 있으니 계속 큰개불알풀로 쓰거나 병행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ㅠㅠ

 

종소명 페르지카(persica)는 라틴어로 복숭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큰개불알풀 열매 모양에서 복숭아를 연상한 모양입니다.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우리 조상들이 이 꽃의 열매 모양을 보고 해학적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같은 모양을 보고 두 문화에서 연상한 것이 좀 다르죠? ^^

 

복주머니란. ⓒ알리움

 

멸종위기종인 복주머니란도 원래 이름은 개불알꽃이었습니다. 선조들이 원래 불렀고, 그래서 도감에 처음 기록된 이름은개불알꽃이었습니다<조선식물향명집(1937)>. 그런데 식물학자 이영노가복주머니란이란 새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한국동식물도감 제18권 식물편(1976)>. 이후 식물 이름을 추천하는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두 이름을 놓고 논의한 끝에 복주머니란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합니다. 조상들이 지은 이름을 함부로 바꾸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개불알풀처럼 지나치게 상스러운 이름은 바꿔주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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