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눈이 온 날에는 야생화 중 복수초가 떠오른다. 눈속에서 피는 대표적인 야생화이기 때문이다. 박완서 에세이에도 복수초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작가는 1998년부터 2011년 별세할 때까지 구리 아치울마을 노란집에 살았다. 작가는 지인들에게 “우리집 마당에 백 가지도 넘는 꽃이 핀다”고 자랑했다. ‘복수초 다음으로 피어날 민들레나 제비꽃 할미꽃까지 다 합친 수효’였다. 작가의 산문집 『호미』 중에서 ‘꽃 출석부1’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아마 3월이 되자마자였을 것이다. 샛노란 꽃 두 송이가 땅에 닿게 피어 있었다. 하도 키가 작아서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그러나 빛깔은 진한 황금색이어서 아직 아무것도 싹트지 않은 황량한 마당에 몹시 생뚱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곧 큰 눈이 왔다. 아무리 눈 속에서도 피는 꽃이라고 알려져 있어도 그 작은 키로 견디기엔 너무 많은 눈이었다. (중략) 놀랍게도 제일 먼저 녹은 데가 복수초 언저리였다. 고 작은 풀꽃의 머리칼 같은 뿌리가 땅 속 어드메서 따뜻한 지열을 길어 올렸기에 복수초는 그 두터운 눈을 녹이고 더욱 샛노랗게 더욱 싱싱하게 해를 보고 있었다.>
복수초는 작가의 마당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꽃이다. 해마다 2월 초순쯤 언론에 복수초가 눈을 뚫고 핀 사진이 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올해는 더 빠른 1월 25일 서울 홍릉수목원에 복수초가 만개했다는 글과 사진이 실렸다.
한자로 복 복(福) 자에 목숨 수(壽) 자, 즉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이다. 그러나 복수가 앙갚음한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니 이름을 '얼음새꽃'이나 ‘눈색이꽃’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다.
작가는 황금색 이 꽃을 중학생 아들의 교복 단추에 비유했다. ‘꽃 출석부2’에서 저만치 샛노랗게 빛나는 복수초를 보고 “순간 (중학생 아들의) 교복 단추가 떨어져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작가 8주기를 맞아 29명의 후배 작가가 쓴 콩트 모음집 『멜랑콜리 해피엔딩』에서 김숨은 “눈 속에서 노란 보름달처럼 떠오르는 복수초를 알려주신 보름달보다 환히 웃으시던 박완서 선생님”이라고 썼다.
복수초에 대한 묘사를 보면 작가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이 꽃을 관찰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작가가 처음 마당에 피는 것, 눈에 덮이는 것, 자체 발열해 다시 눈을 녹이고 꽃송이를 벌리는 것을 차례로 보았기에 복수초를 ‘(중학생 아들의) 황금빛 교복 단추’에 비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복수초가 작가의 구리 노란집에도 있고 작가도 산문집 등에서 자주 얘기한 식물인데 나오는 소설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팝나무, 상사화, 배롱나무 등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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