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꽃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육지에서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곳은 여수 향일암입니다. 향일암에 변산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1월말에 이미 부산에 홍매, 서울 홍릉수목원에도 복수초가 피었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꽃쟁이들은 (완전 야생화인) 변산바람꽃 개화를 공식적인 첫 개화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
꽃쟁이들과 달리 일반인들은 개나리와 진달래를 초봄 꽃의 대표주자로 생각합니다. 그럼 개나리와 진달래는 어떤 것이 먼저 필까요? 케이(K)웨더는 지난 5일 올해 봄꽃 개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요점은 평년보다 3~4일 빨리 필 전망이라는 것입니다. “봄꽃 개화 시기는 2~3월 기온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올해 2~3월 기온이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2016년 이후 봄꽃 개화 전망은 기상청이 아니라 민간기관인 케이웨더에서 하고 있습니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올봄 개나리는 제주도(3월 12일)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3월 12~19일, 중부지방은 3월 22~31일 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은 3월 24일쯤 핀다고 전망했습니다. 봄꽃 절정은 보통 개화 후 일주일 이후이므로 서울은 3월 31일쯤 개나리가 만개할 전망입니다.
진달래의 경우 3월 13일 제주도와 부산 등 경남 남해안지역을 시작으로 그 밖의 남부지방은 3월 16일~24일, 중부지방 3월 24일~4월 3일 개화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서울은 3월24일입니다. 케이웨더는 서울의 경우 올해 개나리와 진달래는 같은 날(3월24일) 개화할 것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보통 서울에서는 개나리가 진달래보다 2~3일 빨리 핍니다. 지난해의 경우 케이웨더는 개나리는 3월20일, 진달래는 하루 뒤인 3월21일 필 것으로 예측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순서가 꼭 맞는 것은 아닙니다. 기상 조건에 따라 진달래가 먼저 피기도 하고, 개나리가 먼저 피기도 하는 것입니다. 2014년의 경우 진달래가 개나리보다 이틀이나 먼저 피었습니다. 그해 개나리도 평년보다 3일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지만, 진달래는 평년보다 휠씬 일찍 피면서 개나리를 앞선 것입니다.
꽃은 전년에 생긴 꽃눈이 휴면 상태에 있다가 기온이 차츰 올라가면서 누적 기온이 고유 임계치에 이르면 순서대로 꽃을 피웁니다. 이 개화 시기 모델이 ‘생물계절모형’입니다. 이탈리아 생물기상연구소(IBIMET)가 처음 개발한 모형인데, ‘꽃을 피우려면 일정 시간 추위를 겪은 다음 일정 수준의 따뜻한 날씨가 필요하다’는 가설에 따라 만든 것입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식물이 받는 온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 즉 ‘가온량(加溫量)’이 이 모형의 핵심 개념입니다.
개화하는데 필요한 온도를 채우면 식물이 꽃을 피우는데, 이 누적 온도를 계산한 수치가 가온량입니다. 꽃마다 필요한 가온량은 다르답니다. 서울대 이은주 생명과학부 교수 등은 2006년 논문에서 식물 종마다 기준 온도와 필요한 가온량을 제시했는데, 개나리·진달래의 기준온도는 각각 4.1도와 4도, 가온량은 84.2도, 96.1도였습니다. 그 기준 온도와 일평균 기온 차이가 누적되고, 그 값이 일정량에 도달하면 꽃이 핀다고 설명이었습니다. 대개 개나리가 진달래보다 먼저 피는 이유도 이 수치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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