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좀 난감하다. 예쁜 야생화가 많은데 하나만 고르라면 뭘 골라야 할까.질문을 받았으니 답을 해야 하고,그래서 처녀치마로 답을 정했다.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처녀치마도 초봄에 피지만 노루귀와 얼레지보다는 좀 나중에, 4월 중순쯤 피는 꽃이다. 이 꽃은 이름이 특이해 야생화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관심이 갔다. 수목원에서만 보다 북한산에 처녀치마가 있다는 말을 듣고 갈 때마다 찾아보았지만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2005년 4월 북한산 대남문 근처에서 처녀치마 꽃대를 보는 기쁨을 맛보았다. 아직 찬바람이 쌀쌀한 초봄에 수북한 낙엽 사이에 핀 연보라색 처녀치마는 신비로운 빛을 보는 것 같았다.
처녀치마는 전국 산지의 개울가 등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꽃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으로 줄기 끝에서 3~10개 정도 꽃술이 비스듬히 아래로 뻗으면서 하나의 꽃 뭉치를 이룬다. 꽃잎 밖으로는 긴 암술대가 나와 있다.
처녀치마라는 이름처럼 꽃 모양과 색깔이 세련된 아가씨가 입는 치마같이 생겼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 입는 미니스커트 같기도 하고, 짧은 캉캉치마 같기도 하다. 로제트형으로 퍼진 잎도 치마 모양과 닮았다. 일본 이름을 오역(誤譯)한 결과라는 견해도 있으나 나는 우리 조상이 이른 봄에 피는 이 꽃의 느낌을 잘 살려 지은 이름이라고 믿고 싶다.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서 처녀치마를 사서 길러본 적도 있다. 그러나 아파트 베란다에서 길러서인지 끝내 꽃은 피지 않았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처녀치마는 북방계 식물이라 특히 한겨울에 추위를 겪어야 꽃을 피우는 꽃이다. 그래서 집에서 처녀치마를 기를 경우 한겨울에 꽁꽁 얼 정도로 밖에 내놓아야 봄에 비로소 꽃을 볼 수 있다. 일정한 냉각량을 견뎌야 휴면 상태에서 벗어나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처녀치마는 겨울에도 푸르죽죽한 잎을 볼 수 있는 반(半) 상록성이다.꽃이 필 때는 꽃대가 10㎝ 정도로 작지만 수정을 한 다음에는 꽃대 길이가 50㎝ 정도까지 훌쩍 크는 특이한 꽃이다. 꽃대를 높이는 것은 꽃씨를 조금이라도 멀리 퍼트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처녀치마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미스 처녀치마’가 있다. 바로 강원도 청태산 전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처녀치마다. 여러 고수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처녀치마라고 했으니 그렇게 믿고 싶다. ^^ 이 처녀치마를 보러 청태산에 대여섯 번은 간 것 같다. ^^ 올해도 4월이면 처녀치마를 보러 갈 것이고 그때 또 소식 전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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