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강릉으로 가면서 이제2월 10일인데 꽃이 피었을까 싶었다. 설 연휴(내 일터 기준)가 시작된데다 적어도 서울보다는 기온이 높아 따스한 바람이 불겠지 하는 마음으로 강릉으로 향했다.
시기적으로 복수초 정도는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솔향수목원에서 샛노란 복수초 꽃을 볼 수 있었다. 솔향수목원엔 처음 가 보았다. 구실잣밤나무, 비자나무 등 상록수들을 적지 않게 심어놓아 안면도수목원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기회가 닿는대로 가볼 생각이다. 올 겨울 보지 못한 겨우살이도 보았다. ^^
사실 강릉에서 올해 처음 매화 향기를 맡는다면 경포 호수길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경포호수 주변에서는 꽃이 핀 매화나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죽헌에서 활짝 핀 매화를 보았다. ^^
오죽헌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너른 초충도 화단이 있었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에 나오는 봉선화, 원추리 등 식물을 심어놓은 화단이다. 이곳 양지바른 곳, 오죽 숲 앞에 매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
꽃잎이 하얗고 꽃받침은 붉은 백매였다. 다가가 향기를 맡아보았다. 그윽하고 품위 있는 이 향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올해 처음 맡아보는 매화 향기였다.
부산 등 남해안에서는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오고 있지만 강릉에 가면서도 혹시 매화가 피었을까 궁금한 정도였다. 전남 광양의 매화 축제도 3월 초순에야 열리지 않는가. 그런데 강릉 등 동해안은 꽃 피는 시기와 자라는 식물 등 식물 식생에 관한 한 남해안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오죽헌에서도 햇볕을 적게 받는 매화나무는 아직 꽃망울 상태였다.
사실 오죽헌에 유명한 매화나무가 있다. 오죽헌 후원에 있는 율곡매인데, 이 나무는 아직 피지 않았다. 꽃 색깔이 연분홍인 홍매(紅梅) 종류이며, 3월 20일월20일 전후 꽃이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헌이 들어설 당시인 1400년쯤 이 매화나무도 심어졌으니 신사임당과 율곡도 직접 보거나 가꾸었을 가능성이 있다. 신사임당은 고매도, 묵매도 등 여러 매화 그림을 그렸고, 맏딸의 이름도 매창(梅窓)으로 지을 만큼 매화를 사랑했다. 율곡매는 다른 매화나무에 비하여 훨씬 알이 굵은 매실이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헌은 오래된 문화유적 특유의 편안함이 있었다. 좋은 집터라 그런지 어디를 보아도 마음이 편안했고, 오래된 나무들이 기와와 어우러져 보기 좋았다. 600년 넘었다는 사임당 배롱나무, 배롱나무 바로 옆에 있는 율곡송, 건물들을 감싸는 검은 대나무 오죽들도 눈길을 붙잡았다. 율곡매가 필 즈음 다시 가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매화에 대해 더 읽을거리
-우리나라 4대 매화, 율곡매·들매화·고불매·선암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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