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는 방송 등 매체에 등장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제 밤에도 한 방송에서 냉이를 넣은 명태조림을 하는 음식점을 소개했는데 정말 군침이 돌았다. ^^ 냉이는 가을에 발아해 잎을 땅에 바짝 붙인채 월동한 다음 봄이 오자마자 꽃을 피우는 두해살이풀이다. 꽃자루가 나오기 전, 어린 잎과 뿌리가 우리가 먹는 나물이다. 모진 한겨울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새봄에 향기로운 영양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냉이 잎은 방석처럼 둥글게 펼쳐져 있고(이를 로제트형이라 부른다), 그 가운데에서 줄기가 나와 희고 작은 꽃송이들이 핀다. 꽃은 십자화 모양이다. 꽃이 피고 나면 그 자리에 거꾸로 매달린 삼각형의 열매가 달린다. 각각의 열매 속엔 씨앗이 수십개씩 들어 있다. 밭은 냉이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이라 초봄에 밭에 가면 냉이가 곳곳에 돋아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냉이를 나생이, 나승개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따스한 봄날, 산기슭이나 밭 주변에서 나물을 캐는 아낙의 모습은 정겨운 풍경이었다. 어린 시절 동네 여자애들은 양지바른 언덕에 모여 쑥과 냉이를 캤다. 아내는 냉이 얘기가 나오자 “어려서 봄바람이 불면 가슴이 울렁거려 방안에만 있을 수 없었다”며 “천변에 간 것은 꼭 냉이 캐려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어릴적 어머니도 봄기운이 돌면 가끔 바구니를 들고 나갔다. 어머니는 여동생들처럼 한나절 걸리지 않고 금방 바구니 가득 나물을 캐왔다. 그리고 언땅을 뚫고 올라오는 것이라 원기 회복에 좋다며 냉이국을 끓였다. 독특한 향과 잘근잘근 씹히는 맛이 그만이었다.
요즘은 냉이를 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인지 산기슭이나 밭가에나 냉이가 수북하다. 그래서 냉이가 망초나 개망초처럼 잡초의 하나로 전락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요즘 시장에 나오는 냉이 중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것들이 많다. 이재능씨는 책 ‘꽃들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꽃나들이)’에서 “대지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하늘의 기운을 듬뿍 받아 매서운 추위를 대견하게 이겨낸 냉이일수록 향기가 좋다”며 “비닐하우스 냉이들은 혹한을 견디어낸 흔적이 없으니 진정한 냉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맛도 향기도 별로 없다”고 했다.
◇냉이에 대해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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