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시즌을 맞아 어제는 식물로서 냉이, 식용식물로서 냉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냉이는 초봄에 흔한 식물인 데다 나물 등으로도 널리 이용한 식물이라 우리 문학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오늘은 그중 우리 소설 속에 나오는 냉이에 대한 이야기다. ^^
권정생의 장편동화 ‘몽실 언니’는 6·25 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키우는 몽실이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한참 지나도 남은 이미지는 냉이를 캐는 장면과 포대기로 어린 동생을 업고 있는 몽실이 모습이다. 이제는 둘다 추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장면들이다.
해방 직후 많은 사람들이 만주나 일본에서 돌아왔지만 먹고살 것이 마땅치 않았다. 아버지가 날품팔이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다 돈벌러 간 사이, 몽실이 어머니 밀양댁은 자식들과 함께 굶주리다 몽실이를 데리고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간다. 아버지를 버리고 떠나는 날, 길가에는 냉이꽃이 피어 있었다.
<냉이꽃이 하얗게 자북자북 피었다. 골목길은 너무도 환하고 따뜻하다. (중략) 몽실이는 자꾸만 울고 싶어졌다. 이렇게 먼 길을 걸어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궁금했다. 왜 어머니는 도망쳐 나와 낯선 남자를 따라가는 것인지 얄밉기도 했다. 다리가 아프고 배가 고팠다. 산기슭을 둘러봤다. 그러나 진달래꽃은 벌써 져버린 지 오래다.>
모진 한겨울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새봄에 향기로운 영양분을 제공하는 냉이는 몽실이와 많이 닮았다. 겉보기에는 냉이가 여리게 생겼지만 강인한 삶을 사는 것도 몽실이와 닮은꼴이다. 이후 동화는 ‘나라를 빼앗기고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세상을 슬프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충청도가 배경인 이문구의 소설집 ‘관촌수필’에도 냉이가 나온다. 나물을 캐온 옹점이에게 주인공의 어머니가 “게 바구리 것은 뭐라는 게냐?”고 묻자 “나리만님 즐겨허시는 나승개허구 소리쟁이유”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냉이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나승개, 나생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이소설에선 옹점이라는 센스 있고 활기찬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
윤대녕 단편소설 ‘통영-홍콩간’에는 ‘냉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가 나온다. 8년 전쯤 홍콩에서 만나 1년을 함께 살다 헤어진 남녀가 주인공이다. 남자는 자기 몸에 불치병을 온 것을 알고 여자를 떠났지만, 7년 가까이 지나 다시 통영에 사는 여자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여자의 양딸 이름이 냉이다. 여인은 부모가 버린 고아를 입양하면서 ‘연둣빛으로 매콤하게 잘 자라라고’ ‘고추냉이 할 때’ 냉이를 새 이름으로 지어준다. 두 남녀는 냉이를 매개로 화해에 이른다.
오늘은 여기까지 ^^ 오늘은 권정생의 장편동화 ‘몽실 언니’, 이문구의 소설집 ‘관촌수필’, 윤대녕 단편 ‘통영-홍콩간’ 등 우리 소설에 나오는 냉이에 대해 알아보았다. ^^
◇냉이에 대해 더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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