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올괴불나무는 빨간 토슈즈, 길마가지나무는 노란 슈즈

우면산 2021. 3. 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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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교수가 얼마 전 신문에 봄에 제일 먼저 꽃이 피는 나무에 대한 글을 썼다. 그 교수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겨울에도 산을 타는 산사람들이 만나는 봄의 전령은 따로 있다. 바로 생강나무라고 했다. 물론 생강나무도 산에서 빨리 꽃이 피는 나무 중 하나지만 생강나무 못지않게 빨리 꽃이 피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길마가지나무와 올괴불나무이다. 특히 길마가지나무는 생강나무보다 더 빨리 피는 것이 확실하다. ^^


지난 주말 인천수목원에 가서 올괴불나무 꽃을 보았다. 아래 사진과 같이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막 벌어져 빨간 토슈즈를 내밀고 있었다. 올괴불나무라는 이름 자체가 꽃이 일찍 피는 괴불나무 종류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빨리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쓰여 있다.

 

막 피기 시작한 올괴불나무 꽃. 지난 주말 인천수목원.

 

올괴불나무는 천마산에서도 볼 수 있다. 천마산 너도바람꽃 보러 가면 일행 중 한 명은 "올괴불나무 꽃이다!”라고 탄성을 지르기 마련이다. 진짜 연분홍색에 빨간 발레 토슈즈(toeshoes)를 신은 듯한 작은 꽃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이 아주 작아 초점을 맞추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올괴불나무 꽃. 3월말 안면도.

 

 

올괴불나무가 주로 중부 내륙에 분포한다면 길마가지나무는 주로 남쪽지방에 살고 있다. 야생에서는 내장산에서, 사람이 심은 것은 전주수목원에서 보았다. 특히 전주수목원의 경우 지난해 1월18일 길마가지나무 꽃이 필 것을 보았을 정도로 일찍 핀다.

 


길마가지나무는 낙엽성 활엽 관목이다. 땅속에서 여러 줄기가 나오고 키가 2~3m 정도다. 길마가지나무 꽃은 진짜 노란 토슈즈 같다. 초봄에 피는 꽃답게 향기도 아주 좋다. ^^ 길마가지나무라는 이름은 황해도 방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해석이 분분하나 열매가 옛날 소나 말의 등에 올리는 농기구의 하나인 길마를 닮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갈마가지나무 꽃.

 

길마가지나무와 올괴불나무는 둘 다 인동과에 인동속(屬)이다. 그래서 인동덩굴처럼 열매가 둘씩 달리는 것이 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다만 올괴불나무 열매는 아랫부분만 살짝 합쳐져 있지만, 길마가지나무 열매는 둘이 2분의1 이상 합쳐져 있다. 길마가지나무는 인동덩굴처럼 꽃색이 흰색에서 점점 노란색으로 변한다.

 

인동덩굴 꽃. 꽃색이 흰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인동속에 속하는 식물로 화단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괴불나무, 홍괴불나무, 왕괴불나무, 섬괴불나무 등도 있다. 이처럼 길마가지나무가 인동속에 속하는데다 다른 형제들이 대부분 괴불나무라는 항렬을 갖고 있으니 길마가지나무도 이에 맞추어 ○괴불나무로 지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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