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수가 얼마 전 신문에 봄에 제일 먼저 꽃이 피는 나무에 대한 글을 썼다. 그 교수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겨울에도 산을 타는 산사람들이 만나는 봄의 전령은 따로 있다. 바로 생강나무”라고 했다. 물론 생강나무도 산에서 빨리 꽃이 피는 나무 중 하나지만 생강나무 못지않게 빨리 꽃이 피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길마가지나무와 올괴불나무이다. 특히 길마가지나무는 생강나무보다 더 빨리 피는 것이 확실하다. ^^
지난 주말 인천수목원에 가서 올괴불나무 꽃을 보았다. 아래 사진과 같이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막 벌어져 빨간 토슈즈를 내밀고 있었다. 올괴불나무라는 이름 자체가 꽃이 일찍 피는 괴불나무 종류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올’이 ‘빨리’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쓰여 있다.

올괴불나무는 천마산에서도 볼 수 있다. 천마산 너도바람꽃 보러 가면 일행 중 한 명은 "올괴불나무 꽃이다!”라고 탄성을 지르기 마련이다. 진짜 연분홍색에 빨간 발레 토슈즈(toeshoes)를 신은 듯한 작은 꽃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꽃이 아주 작아 초점을 맞추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올괴불나무가 주로 중부 내륙에 분포한다면 길마가지나무는 주로 남쪽지방에 살고 있다. 야생에서는 내장산에서, 사람이 심은 것은 전주수목원에서 보았다. 특히 전주수목원의 경우 지난해 1월18일 길마가지나무 꽃이 필 것을 보았을 정도로 일찍 핀다.
길마가지나무는 낙엽성 활엽 관목이다. 땅속에서 여러 줄기가 나오고 키가 2~3m 정도다. 길마가지나무 꽃은 진짜 노란 토슈즈 같다. 초봄에 피는 꽃답게 향기도 아주 좋다. ^^ 길마가지나무라는 이름은 황해도 방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해석이 분분하나 열매가 옛날 소나 말의 등에 올리는 농기구의 하나인 ‘길마’를 닮은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길마가지나무와 올괴불나무는 둘 다 인동과에 인동속(屬)이다. 그래서 인동덩굴처럼 열매가 둘씩 달리는 것이 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다만 올괴불나무 열매는 아랫부분만 살짝 합쳐져 있지만, 길마가지나무 열매는 둘이 2분의1 이상 합쳐져 있다. 길마가지나무는 인동덩굴처럼 꽃색이 흰색에서 점점 노란색으로 변한다.

인동속에 속하는 식물로 화단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괴불나무, 홍괴불나무, 왕괴불나무, 섬괴불나무 등도 있다. 이처럼 길마가지나무가 인동속에 속하는데다 다른 형제들이 대부분 괴불나무라는 ‘항렬’을 갖고 있으니 길마가지나무도 이에 맞추어 ○괴불나무로 지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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