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천리포수목원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목련이 활짝 핀 것을 보고 더 남쪽인 천리포는 이미 만개했겠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미 지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초조한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목련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목련이 필 때 이곳은 말 그대로 목련 천국입니다. 천리포수목원은 ‘600품종 이상의 목련을 갖춘 수목원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제수목학회(IDS)가 2000년 이 수목원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한 것도 다양한 목련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아, 그런데 도착해보니 천리포수목원에 핀 목련은 한 송이도 없었습니다. 저는 실망하기에 앞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큰별목련이란 이름표를 단 자주색 목련이 꽃송이를 살짝 내민 것이 그나마 제일 많이 핀 것이었습니다. ㅠㅠ
수목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천리포수목원은 바닷가 옆이라 그런지 꽃피는 시기가 좀 특이하다고 합니다. 초봄에 피는 꽃은 일찍 피는데, 완연한 봄에 피는 꽃은 오히려 서울보다 늦게 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산수유·납매·풍년화 등은 다른 곳보다 빨리 피는데, 개나리·진달래·목련은 다른 곳보다 늦게, 4월에나 만개한다는 것입니다.
수목원 관계자는 “그래서 천리포수목원은 봄을 늦게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고, 거의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하더군요. ^^ 제가 그동안 담은 사진들을 찾아보니 평균 2년에 한 번은 천리포수목원에 들렀는데, 목련은 보러 간지는 한참 지나서 감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ㅠㅠ
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꽃은 꽃눈이 휴면 상태에 있다가 기온이 차츰 올라가면서 누적 기온이 고유 임계치에 이르면 꽃을 피웁니다. 이 누적 온도를 계산한 수치가 ‘가온량(加溫量)’입니다. 꽃마다 필요한 가온량은 다르답니다. 누가 이 이론을 토대로 천리포수목원 꽃들의 정확한 개화 시기를 예측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결론적으로 천리포수목원 목련을 보려면 4월 10~30일 사이가 가장 좋다고 합니다. 노란색, 연분홍색, 진분홍색, 자주색 등 다양한 색깔의 목련은 물론 별목련, 큰별목련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목련을 볼 수 있습니다. 토종 목련도 밀러가든 작은 연못 옆에서 볼 수 있답니다.
우리 가족사진 중에서 맘에 들어서 걸어둔 것 중 하나는 천리포수목원 연분홍 목련 앞에서 찍은 것입니다. ^^ 천리포수목원을 찾은 본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원예종이지만 노랑너도바람꽃(겨울바람꽃이라고도 부른다), 설강화, 수선화 등 화려한 봄꽃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삼지닥나무 꽃은 지금이 절정이었습니다. 납매는 이미 졌지만 풍년화도 아직 피어 있었고, 용트림하는 매화나무의 겹매화 향기도 아주 진했습니다. ^^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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