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개나리가 장주화·단주화를 만든 이유, 그 결과는?

우면산 2021. 4. 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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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때 산책하다 개나리가 보여서 장주화(長柱花), 단주화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같이 구경해 볼까요? ^^

 


개나리는 꽃 하나에 암·수술이 함께 들어있지만 형태가 다른 두 종류가 있습니다. 암술 길이를 기준으로, 암술이 수술보다 긴 장주화, 짧은 단주화가 있는 것입니다. 아래는 암술이 수술보다 긴 장주화입니다.

 

개나리 장주화. 꽃의 중심에 연두색으로 보이는 암술이 길다.

 

다음은 암술은 짧고 수술이 긴 단주화입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개나리는 단주화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살펴보아도 아래 사진처럼 수술이 긴 개나리꽃이 대부분입니다.

 

개나리 단주화. 수술이 길다. 암술은 짧아 안쪽에서 일부만 보이고 있다.

 

왜 단주화가 압도적으로 많을까요? 우리 주변에 있는 개나리는 사람들이 삽목 등으로 증식해 심은 것입니다. 그런데 암술이 짧은 단주화가 꽃이 더 크고, 색깔도 진해서 아름다우며, 개화시기도 빠르다(국립수목원 2017 4월 보도자료)고 합니다. 또 개나리는 수정 후 즉시 꽃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아름다운 봄꽃을 오래 감상하려고 단주화를 주로 심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둘 중 꽃이 더 크고 아름다운 것을 주로 선택해 심었다는 것은 합리적인 설명 같습니다.^^

 


그렇다면 개나리는 왜 장주화, 단주화로 나누어 필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요? 국립수목원 보도자료는 한 종의 식물이 여러 가지 형태의 꽃을 나타내는 것은 근친교배 확률을 감소시키려는 진화적 경향성이라고 했습니다.

 

개나리로 만든 생울타리.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생식 체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개나리를 열매를 잘 맺지 못합니다. 가을에 개나리가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단주화 나무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장주화와 단주화가 가까이서 자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남녀의 비율이 맞지 않아 출산율이 낮은 겁니다.

 

결국 개나리는 다양한 자손을 퍼트리려고 복잡한 장주화·단주화를 만드는 등 애를 써서 진화했는데, 사람들이 단주화만을 집중적으로 심으면서 다양성 훼손에다 결실도 부실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ㅠㅠ 대신 사람들이 삽목 등으로 대량 증식시켜주고 있으니 개나리 입장에서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개나리와 관련해 알아두면 좋은 것은 국내에서 개나리 자생지를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개나리는 학명이 ‘Forsythia koreana’, 학명에도 한국 특산이라는 점이 분명히 밝혀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생지가 어디라는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낸 자생지는 모두 산개나리 자생지일 뿐 개나리 자생지는 한 군데도 없다고 합니다. 산개나리는 개나리처럼 가지가 아래로 쳐지지 않고 잎 뒷면에 털이 있는 점이 다릅니다. 일년생 가지가 개나리는 녹색, 산개나리는 자줏색을 띠는 것도 다르다고 합니다.

 

북한산 산개나리. ⓒ국립수목원

 

혹시 산이나 사는 곳 주변에서 자생인 것 같은 개나리가 있으면 학자들에게 연락해보기 바랍니다. 학문적으로 큰 관심사라고 하니 두둑한 사례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산개나리 자생지도 드물어 학문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니 깊은 산에서 개나리 비슷한 것을 발견하면 연락할만 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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