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노란 패션 울릉국 공주, 섬말나리를 만나다!

우면산 2021. 6. 7.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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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일을 찾아보니 벌써 5년 전입니다. 2016년8월 초 저는 울릉도에 갔습니다. 섬을 찾은 가장 큰 목표는 섬말나리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

 

섬말나리는 울릉도가 자생지인 나리입니다. 울릉도 특산인 식물들은 이름 앞에 성()처럼 ‘섬’자가 붙어 있습니다. 나리 이름 앞에 ‘말’자가 붙어 있으면 줄기 아래쪽에 여러 장의 돌려나는 잎(돌려나기·윤생)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냥 말나리는 돌려 달리는 잎이 1단인 데 비해 섬말나리는 보통 2~3단 달리고 1~4단까지 달립니다.

 

노란 패션 울릉국 공주 섬말나리 ^^

 

섬말나리. 지난 주말 설악산자생식물원에서 본 것이다.

 

여러 겹의 치마를 입은 모양이라고 할까요? ^^ 이동혁 풀꽃나무칼럼니스트는 한 글에서 “(여러 겹의 치마를 입은 섬말나리의) 독창적인 패션 감각만큼은 인정해 줄 만하다연한 황적색 꽃이 어둠 속에 빛나는 모습을 보면 드레스를 잘 차려입은 울릉국의 공주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제가 본 섬말나리에 대한 비유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비유 같습니다. ^^

 

섬말나리. 돌려나는 잎이 2단이다.

 

8월초에 울릉도에 가면서 저는 늦둥이가 있기 때문에 적어도 섬말나리 몇 송이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게 간 것이었습니다. 섬말나리는 6~7월에 꽃이 피는데 8월에 간 것입니다. 섬에 머무는 23일 동안, 성인봉을 오르내리는 내내, 나리분지에 가서도 애타게 섬말나리 꽃을 찾았지만 단 한 송이도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아래 사진과 같이 이미 씨방이 생긴 섬말나리만 실컷 보고 왔습니다. ㅠㅠ

 

울릉도 섬말나리. 꽃이 지고 씨방에 달렸다.

 

그런데 지난 주말 설악산자생식물원에서 뜻밖에도 섬말나리를 만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 생각보다 크기는 좀 작았지만 돌려나는 잎이 2단이고 연한 노란색 꽃이 피는 영락없는 섬말나리였습니다. 설악산자생식물원은 강원도 속초시가 설악산을 축약해놓은 자연생태학습장을 표방하며 만든 식물원인데, 왜 섬말나리를 심어 놓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섬말나리가 설악산에서 나는 것도 아니고, 일반 식물월에서도 섬말나리를 심어놓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말나리. 돌려나는 잎이 1단이다.

 

말이 나온 김에 울릉도에는 나리분지, 나리마을 등 나리가 들어간 지명이 있습니다. 그 이름에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개척민 삶과 애환이 녹아 있습니다. 조선시대 울릉도 개척민들이 이곳 마을에서 정주할 때 양식이 없어 마을 곳곳에 자생하는 섬말나리 뿌리를 캐 먹고 연명했다고 해서 나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이름을 따서 오늘날까지 나리마을이라 하며 화산 분화구 분지를 지칭해 나리분지라 부르고 있습니다.

 

 

◇섬말나리 관련해 더 읽을거리

 

-나리의 선두주자, 주황색 털중나리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나리 이름 규칙! 하늘 보면 하늘나리, 땅 보면 땅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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