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양버들은 싸리 빗자루, 미루나무는 부채 모양

우면산 2020. 6. 17. 08:03
반응형


 

서울 한강에 있는 선유도공원은 해마다 몇 번씩 가는 곳입니다. 다양한 식물이 살아 식물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양화한강공원, 그러니까 선유교를 건너 선유도공원에 들어서면 바로 전망대인데, 이곳은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미루나무와 양버들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싸리 빗자루 모양 양버들은 전망대 주변에 있고, 옆으로 퍼진 부채 모양 미루나무는 전망대에서 우측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로 줄지어 있습니다.

 

 

미루나무는 생장이 빠른 점 때문에 일제시대 이후 신작로를 만들 때 가로수로 심은 나무입니다. 버드나무과 나무라 하천변 등 습기가 있는 곳에서 잘 자랍니다. 원래 이름은 미국에서 들여온 버드나무라는 의미로 미류(美柳)나무였는데, 발음하기 어려운 ‘류’를 ‘루’로 바꾼 미루나무가 표준어로 자리잡았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비슷한 나무인 '양버들'도 대량 들여왔는데, 이는 '서양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란 뜻입니다. 따지고 보면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미루나무나 양버들은 같은 말인 셈입니다.

 

양버들 사진. 거꾸로 세운 싸리 빗자루 모양이다. 강 건너 여의도 63빌딩이 보인다.

 

1970년대까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양버들, 미루나무 같은 포플러류 나무들을 신작로에 많이 심었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마을 입구를 알려주는 나무가 대부분 이 나무들이었죠. 그래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시에 미루나무 등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박완서 소설 중 연좌제(특정인의 범죄에 대해 일가친척까지 연대 책임을 물려 불이익을 주는 제도)라는 이름의 6·25 상처를 다룬 「돌아온 땅」엔 미루나무가 중요한 소재로 나오고 있습니다.

 

미루나무와 양버들은 비슷하게 생겨 사람들이 혼동하는 나무입니다. 흔히 양버들을 보고 미루나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루나무는 가지가 옆으로 퍼져 자라지만, 양버들은 위로 길쭉하게 싸리 빗자루 모양으로 자랍니다. 그러니까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라는 동요의 배경 그림으로 빗자루 모양 나무를 그려 넣으면 틀리는 것입니다(양버들과 미루나무의 잡종인 이태리포플러도 있지만 너무 복잡해지고 논란도 있으므로 여기선 생략하겠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에 미루나무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이태리포플러로 봐야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미루나무 사진. 양버들에 비해 옆으로, 부채 모양으로 자란다.

 

잎 모양은 반대입니다. 미루나무 잎은 좀 길쭉해 폭보다 길이가 길고, 양버들 잎은 길이보다 폭이 넓은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양버들은 맹아지(웃자란 가지)가 많지만 미루나무는 거의 나오지 않는 점도 다릅니다.

 

양버들 잎(왼쪽)과 미루나무 잎(오른쪽)

그렇다면 ‘만행’ 하면 떠오르는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에 등장하는 미루나무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당시 사건은 나무 가지가 시야를 가려 가지치기를 하는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가지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수직으로 자라는 양버들이었다면 시야를 가리는 문제가 덜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요.

 

 

미루나무와 이태리포플러는 속성수로서 기능을 다해 요즘은 잘 심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한강 고수부지를 정비하면서 양버들을 많이 심어놓았습니다. 양버들이 하천변에서 잘 자라는데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것이 경관에 좋아 산책로를 따라 심고 있다고 합니다. 한강변에서 거꾸로 세워놓은 싸리 빗자루 모양 나무가 있으면 양버들이구나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한강공원에 길게 가로수로 심어놓은 양버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