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양지바른 곳에 가면 많이 보이는 두 가지 꽃이 있습니다. 벳지와 왕관갈퀴나물로, 둘 다 귀화식물입니다.
먼저 벳지는 유럽 원산으로, 녹비용, 목축사료로 쓰려고 들여온 것이 야생으로 퍼져나간 식물입니다. 그만큼 이 식물이 우리 환경에 잘 맞는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는 뜻이겠지요.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줄기에 보라색 꽃이 15~30개 모여 송이 모양으로 핍니다. 전체에 털이 밀생하는 것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털갈퀴덩굴이라고도 합니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줄기 등에 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자생종인 갈퀴나물은 전체적으로 털이 없다고 합니다. 벳지라는 이름은 영어 이름 ‘Hairy Vetch’에서 온 것입니다.
벳지는 5~6월에 사람이 손을 댄 곳 중에서 햇볕이 잘 드는 곳, 특히 물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강공원 언덕진 곳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이 사진도 한강가에서 담은 것입니다. 한번 자리를 잡은 곳은 그 일대를 점령하다시피 장악해가는 것을 볼 수 있습 니다. 끝도 없이 벳지가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국내 자생종들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네요.
다음은 왕관갈퀴나물입니다. 5~8월에 줄기에서 나온 길이 5~10㎝의 꽃자루 끝에 20개 내외의 연분홍색 꽃이 왕관 모양으로 달립니다. 어떤 꽃이 아름답지 않을까만, 왕관 모양 꽃을 보고 있으면 자못 아름답다는 느낌을 줍니다. ^^ 어떻게 보면 큰 분홍 토끼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어 이름 ‘Crown Vetch’를 그대로 번역한 것인데, 위에서 설명한 벳지와는 속(屬)이 다르더군요<벳지는 갈퀴나물속(Vicia), 왕관갈퀴나물은 왕관갈퀴나물속(Securigera)입니다>. 벳지처럼 유럽 등이 원산지인 귀화식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 2011년에야 올랐을 정도로 최근에 귀화한 식물입니다.
지난주 한강공원을 지나다 왕관갈퀴나물을 보았습니다. 전에 담은 적이 있는 벳지와 비슷한 것 같고 언젠가 본 것 같기도 해 그냥 지나쳤는데, 아무래도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검색해보니 벳지와는 다른 종이었고, 사진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어제 다시 한강공원 한강대교 근처까지 내려가 왕관갈퀴나물을 담았습니다. 다시 찾아 보여드리는 왕관갈퀴나물, 나름 예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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