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릉 국립수목원에 간 것은 전적으로 상사화가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남녘에서 상사화 개화 소식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수목원에서 일하는 분께 상사화가 피면 알려달라고 부탁해 놓았는데, 드디어 피기 시작했다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 ^^
수목원을 찾으니 수생식물원과 비비추원 주변 등 두세 곳에서 상사화가 막 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연분홍 꽃 색깔이 기대 이상으로 고와 뙤약볕에 1시간 이상 차를 몰고 간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입니다. 봄에는 잎만 나와 영양분을 알뿌리에 저장해 놓고 6~7월쯤 마릅니다. 잎이 지고 난 8월쯤 꽃대가 올라와 연분홍색 꽃송이가 4~8개 정도 달립니다. 그래서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한다고 이름이 상사화(相思花)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상사화는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우리가 보는 상사화 꽃들은 사람들이 알뿌리를 쪼개 심어준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가지로 마음을 짠하게 하는 상사화 스토리입니다. ^^
상사화가 질 무렵, 그러니까 초가을에 상사화 비슷한 모양에 진한 붉은색으로 피는 꽃이 있습니다. 이 꽃은 석산으로, 꽃무릇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 상사화라고도 부르는데 상사화가 따로 있으니 맞지 않겠습니다. 석산을 ‘붉은 상사화’라고 부르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석산도 잎과 꽃이 동시에 피지 않는 점은 상사화와 같습니다. 그러나 봄에 새잎이 나는 상사화와 달리, 석산은 가을에 돋아난 새잎으로 겨울을 납니다. 석산은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데, 전남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이 석산 군락으로 유명합니다.
이금이의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미르, 소희, 바우 등 세 결손 가정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커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중 바우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아이입니다. 바우 아버지는 엄마 산소 옆에 상사화를 심었습니다. 바우가 자기 가족이 한 몸이지만 만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상사화의 꽃과 잎 같다고 생각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장편동화는 1999년 나왔는데, 우리나라 25세 이하 청년과 청소년은 안 읽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벌써 성장소설의 고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제가 클 때는 없던 책이었는데, 아이들 방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
청소년용 동화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잔잔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마치 야생화 책 같습니다. 꽃 그림이 나오고 미르, 소희, 바우 등 주요 인물들을 꽃에 비유하는 등 꽃이 엄청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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