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박주가리와 계요등, 상큼한 향기와 구린 냄새가 나란히

우면산 2021. 8. 6. 08:55
반응형

 

지난주 자전거로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행주산성 가는 길에 박주가리와 계요등 꽃이 나란히 핀 것을 보았습니다. 한강변 고양시에 속하는 대덕생태공원 근처였습니다. 이 둘이 서로 얽혀 꽃을 피운 것은 처음 보아서 자전거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계요등(왼쪽)과 박주가리(오른쪽)이 서로 얽혀서 꽃피고 있다.  

 

아래에서 더 말씀드리겠지만, 박주가리 꽃에선 상큼한 향이, 계요등에선 약간 구린 냄새가 납니다. 이 두 꽃이 나란히 피어 있었고 당연히 둘에서 나는 향기와 냄새가 섞여서 났습니다. 그 냄새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위 사진이나 아래 동영상 보면서 짐작해 보세요. ^^

 

계요등(왼쪽)과 박주가리(오른쪽)이 서로 얽혀 있다.

 

박주가리는 요즘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도심 공터나 담장가, 숲 언저리, 시골 담장 등에서 철망 같은 것을 감고 올라가는 덩굴성 식물입니다. 그런데 박주가리는 놀랄 정도로 상큼한 꽃 향기를 갖고 있습니다. 공터 등에서 흔하게 피는 꽃에서 어떻게 그런 고급스러운 향기가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

 

박주가리 꽃 자체도 개성이 있습니다. 분홍색과 연한 보라색 중간쯤인 꽃 색도 그렇고, 종 모양의 작은 꽃송이들이 5갈래로 갈라져 뒤로 젖혀지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꽃잎 안에 털이 가득한 것이 특이합니다. ^^

 

박주가리 꽃.

 

계요등은 흰색 바탕에 자줏빛이 도는 예쁜 꽃입니다. 그런데 한자로 鷄尿藤입니다. 꽃에서 닭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로 계요등 근처에서 코를 큼큼거려보면 약간 구린 냄새가 섞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름 신선한 풀냄새가 섞여서 고약한 냄새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계요등은 하필 이름에오줌을 붙였느냐고 사람들을 원망할 것 같습니다. ^^

 

계요등 꽃.

 

옛날 사람들은 요즘 사람들보다 냄새에 민감해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요? 우리말 표기 원칙에 따르면 '계뇨등'으로 쓰는 것이 맞지만 식물 이름이므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정한 추천명 계요등으로 쓰는 것이 맞겠습니다.

 

계요등은 우리나라 거의 전역에 분포하지만 내한성이 약해 주로 충청도 이남에서 자랐습니다. 요즘엔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가끔 계요등을 볼 수 있는데, 한강변에 무더기로 핀 것을 본 것입니다.

 

이름에오줌이 들어가 있는 식물은 계요등만이 아닙니다. 한여름에 산에서, 요즘은 화단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노루오줌도 있고, 봄에 자주색 꽃이 둥글게 뭉쳐 피는 쥐오줌풀도 어떤 냄새가 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우오줌은 요즘 막 야산에서 피기 시작하는 풀인데, 노란 꽃에서 여우 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붙은 이름입니다.

 

여우오줌.

 

물론 좋은 향기가 나는 꽃이 더 많습니다. 한여름 그윽한 칡꽃 향기는 얼마 전 소개했고, 설악산 등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는 함박꽃나무 꽃향기는 맡으면 기분이 상쾌해질 정도로 좋습니다. 은방울꽃·치자꽃 향기도 너무 좋고, 라일락과 아카시아꽃도 꽃향기를 얘기할 때 빼놓으면 서운해할 것입니다. ^^

 

 

◇박주가리·계요등 관련해 더 읽을거리

 

-박주가리의 상큼한 꽃향기, 아름다운 비상  

 

-계요등 노루오줌 쥐오줌풀 여우오줌, 왜 이름에 오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