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북한산 우이령길 물오리나무 얘기를 올렸습니다(맨 아래 링크). 우이령길에 물오리나무가 참 많았지만 당연히 물오리나무 외에도 다양한 여름 꽃들이 반겨주었습니다. 오늘은 우이령길에 핀 꽃 이야기입니다. ^^
먼저 반긴 건 사위질빵 꽃이었습니다. 교현탐방지원센터 쪽 입구에서부터 막 피고 있었습니다. ^^ 사위질빵에는 장모의 사위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사위질빵 줄기는 연약해서 조금만 힘을 주어도 끊어집니다.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장모는 가을걷이를 돕기 위해 오랜만에 처가에 온 사위가 일하는 것이 안타까웠답니다. 그렇다고 남들 눈치 때문에 사위만 쉬라고 할 수도 없어서 사위는 사위질빵 줄기로 질빵(짐을 지는 줄)을 만들어 쓰도록 했습니다. 사위는 가벼운 짐만 지고 쉬엄쉬엄 하라는 장모의 배려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
막 꽃며느리밥풀도 피고 있었습니다. 꽃며느리밥풀은 현삼과 한해살이풀로, 꽃은 길이 1.5∼2㎝의 긴 통 모양이고 끝은 입술 모양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입술 모양 꽃잎 위에 흰 무늬 두 개가 꼭 밥알처럼 박혀 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진짜 밥알이 아닌가 만져볼 정도입니다. ^^
사위질빵엔 장모의 사위 사랑이 담겨 있다면 꽃며느리밥풀에는 며느리 설움이 담겨 있습니다. ^^ 옛날에 며느리가 밥이 뜸 들었는지 보기위해 밥풀을 입에 넣었다가 시어머니의 심한 꾸지람으로 죽었는데, 이듬해 여름 며느리 무덤가에서 꽃며느리밥풀이 피어났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것입니다.
무릇도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무릇은 한여름에 꽃이 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분홍빛 작은 꽃송이들이 마치 촛불처럼 줄기 끝에 모여 예쁘게 달립니다. 뿌리를 캐어보면 길이 2~3cm의 둥근 비늘줄기가 나오는데 이것으로 캐어 고청처럼 고아 먹었다고 합니다.
이름이 비슷한 꽃무릇은 다른 식물인데, 상사화 비슷한 석산의 다른 이름입니다. 무릇이 주로 자라는 곳은 숲 가장자리나 숲 속이라도 주변에 키 큰 나무들이 없어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우이령길 중간쯤 바위 틈에서 자주꿩의다리가 무리를 지어 꽃 피어 있었습니다. 자주꿩의다리 꽃은 흰빛이 도는 자주색입니다. 꿩의다리라는 이름은 아래 사진처럼 줄기가 꿩의 다리처럼 늘씬하다고 붙은 이름이랍니다. ^^
누리장나무 꽃도 한창입니다. 누리장나무는 어른 키보다 약간 높게 자라는 나무인데, 한여름이면 넓은 잎들 사이로 하얀색 꽃을 무더기로 피웁니다. 꽃받침은 붉은빛이 돕니다. 누리장나무는 이 나무에서 독특한 누린내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마주나는 잎이 길고 홍자색 꽃이 층층으로 달린 식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여성)를 이롭게 하는 풀, 익모초(益母草)입니다. 익모초는 7~9월 꽃이 피는, 꿀풀과 두해살이풀입니다. 높이 1m이상 자라는 것도 있습니다. 들이나 길가 풀밭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민가 마당 가장자리에서 한두 개체 자라기도 합니다.
익모초는 언뜻 보면 쑥 비슷하게 생겼는데 줄기를 돌려나는, 꽃잎 끝이 벌어진 통꽃이 층층이 피는 점이 다릅니다. 잎은 마주나고, 3개로 가늘게 갈라진 조각이 다시 2∼3개로 갈라지는 이색적인 모양입니다(꽃이 필 때는 없어지는 근생엽은 난상 원형). 생리통 등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관한 모든 질병에 좋다고 합니다.
칡꽃도 지금이 절정 같습니다. 칡꽃을 보면 꼭 노랑무늬와 향기를 확인해보세요. 7~8월 한여름에 짙은 홍자색 꽃잎에 노란 무늬가 박힌, 아주 인상적인 꽃이 핍니다. 칡꽃은 맑고 달콤한 향기도 일품이니 만나면 꼭 맡아보기 바랍니다. ^^
이밖에 산초나무, 등골나물, 원추리, 짚신나물, 으아리, 파리풀, 쑥부쟁이 꽃도 피어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름 우이령길에 핀 꽃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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