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나 길가 등에서 셀 수 없이 많이 보이는 잡초가 있다. 요즘 아주 조그만 하얀 꽃이 피어 있는 망초다. 망초는 하필 이름이 망초일까?
망초는 꽃이 볼품없이 피는 듯 마는 듯 지는 식물이다. 7월부터 꽃이 피어 요즘 한창이지만 아주 자세히 보아야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래 사진처럼 혀꽃과 관다발 등 국화과 식물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
망초라는 이름은 개화기 나라가 망할 때 전국에 퍼진 풀이라고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망초가 피기 전부터 피고, 요즘도 엄청 많이 볼 수 있는 개망초는 망초라는 이름에 ‘개’ 자가 붙은 것이다. 보통 ‘개’자가 들어가면 더 볼품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더 예쁘다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
망초가 퍼진 시기는 조선이 망해가는 구한말이기도 하지만, 열강들의 제국주의 침탈 경쟁으로 지구 생태계가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식물종의 전파, 식물의 세계화가 일어난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화기 이전에 귀화한 식물은 고귀화식물종, 그 이후에 귀화한 종은 신귀화식물종으로 구분하는데, 망초는 신귀화식물종 가운데 한 종이다(한국식물생태보감 1).
그런데 사극에 망초, 개망초가 나오면 어떨까. 조선시대, 고려시대 나아가 삼국시대가 배경인 영화나 사극에 망초, 개망초가 핀 벌판이 나오면 장면을 볼 수 있다. 개화기 이전이 시대적 배경인 사극에서 망초, 개망초가 나오면 전형적인‘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
요즘 달맞이꽃도 한창이다. 달맞이꽃은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로, 여름에 노란색 꽃이 잎겨드랑이마다 한 개씩 달린다. 달맞이꽃이 저녁에 피는 이유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 박각시나 나방 등 야행성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기 때문일 것이다.
달맞이꽃은 어릴 적부터 보아온 아주 친근한 식물이지만 고향이 남미 칠레인 귀화식물이다. 하지만 일찍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 잡아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이 파헤쳐 공터를 만들어 놓았거나 길을 만든 가장자리 또는 경사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럼 달맞이꽃은 언제 귀화했을까. 달맞이꽃의 별칭 중 하나가 ‘해방초’다. 일제 강점기에서 풀려나는 시점에 널리 퍼졌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학자들은 달맞이꽃이 이보다는 전에, 개화기 즈음 우리나라에 귀화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해방 전후 널리 퍼진 것은 맞는 것 같다. ^^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와 퍼진 망초, 해방 즈음해서 널리 퍼졌다는 해방초...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이름에 간직하고 있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망초·달맞이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꽃맹 탈출] "내가 망초, 개망초도 구분 못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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