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보면 어쩌다 화분에 시계꽃을 키우는 것을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계꽃은 7~8월에 피는데, 꽃이 영락없이 시계 모양을 닮았습니다. ^^
시계꽃 모양은 정말 신기합니다. ^^ 먼저 맨 위 3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은 암술대입니다. 그 아래 수술이 5개가 노란 꽃밥을 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암술·수술과 화피(꽃잎) 사이에 실 모양의 부속체가 뱅 둘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덧꽃부리 또는 부화관이라는 기관입니다. ^^
시계꽃 수술과 암술은 시계의 시침이나 분침을 연상시키고, 뱅 둘러 있는 덧꽃부리(부화관)는 시계의 초침 흔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딱 시계처럼 보이는 꽃만도 놀라운 일인데, 제가 한번 더 놀란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 시계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아주 맛있는 과일이 달린다는 것입니다. 바로 ‘패션프루트(Passion Fruit)’입니다. 물론 식용 가능합니다. ^^
제가 이 사실을 안 것은 몇 년 전 발리에 갔을 때였습니다. 시계꽃을 보고 신기해 사진을 담고 있는데, 같은 줄기에 패션프루트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을 본 것입니다. ^^ 열매는 장과로 둥근데 노란색으로 익습니다.
이 과일을 중국에서는 맛과 향이 백가지가 넘는다고 ‘백향과’라고도 합니다. 패션프루트는 석류, 파인애플, 바나나, 딸기, 사과, 매실, 망고 등 165가지 과일 향을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 제가 맛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시면서도 단맛이 있는 맛, 딱 새콤달콤한 맛입니다. ^^
시계꽃에는 또 하나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시계꽃은 남미 원산의 다년생 상록 덩굴식물로, 영어 이름이 ‘패션플라워’(Passion Flower)입니다. 유럽에서 남미로 건너간 선교사들은 시계꽃을 처음 보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The Passion)을 상징하는 모양이라고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섯 개의 수술은 그리스도의 다섯 군데 상처를, 세 개의 암술대는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박은 세 개의 못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아열대 작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션프루트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계꽃 재배기술, 과일의 식용부위 과육을 에이드로 이용하는 기술 등 다양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시계꽃 볼 일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더 읽을거리. 발리 여행에서 본 꽃들
발리 여행에서 본 꽃들 1 플루메리아, 부겐빌레아, 툰베르기아, 화염수, 루엘리아, 알라만다, 익소라, 히비스커스, 홍죽, 시계꽃
발리 여행에서 본 꽃들 2 난쟁이티보치나, 흰자귀나무, 바우히니아, 말미치광이풀, 사막장미, 의미화, 란타나, 자스민, 폭죽초, 공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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