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나라 망할 때 퍼졌다고 망초, 그럼 해방초는?

우면산 2021. 8. 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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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나 길가 등에서 셀 수 없이 많이 보이는 잡초가 있다. 요즘 아주 조그만 하얀 꽃이 피어 있는 망초다. 망초는 하필 이름이 망초일까?

 

망초는 꽃이 볼품없이 피는 듯 마는 듯 지는 식물이다. 7월부터 꽃이 피어 요즘 한창이지만 아주 자세히 보아야 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래 사진처럼 혀꽃과 관다발 등 국화과 식물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

 

요즘 한창인 망초 꽃.

 

망초라는 이름은 개화기 나라가 망할 때 전국에 퍼진 풀이라고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망초가 피기 전부터 피고, 요즘도 엄청 많이 볼 수 있는 개망초는 망초라는 이름에 자가 붙은 것이다. 보통자가 들어가면 더 볼품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더 예쁘다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

 

망초(오른쪽)와 개망초(망초). 개망초 꽃이 먼저 핀다.

 

망초가 퍼진 시기는 조선이 망해가는 구한말이기도 하지만, 열강들의 제국주의 침탈 경쟁으로 지구 생태계가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식물종의 전파, 식물의 세계화가 일어난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화기 이전에 귀화한 식물은 고귀화식물종, 그 이후에 귀화한 종은 신귀화식물종으로 구분하는데, 망초는 신귀화식물종 가운데 한 종이다(한국식물생태보감 1).

 

꽃이 핀 망초.

 

그런데 사극에 망초, 개망초가 나오면 어떨까. 조선시대, 고려시대 나아가 삼국시대가 배경인 영화나 사극에 망초, 개망초가 핀 벌판이 나오면 장면을 볼 수 있다. 개화기 이전이 시대적 배경인 사극에서 망초, 개망초가 나오면 전형적인‘옥에라고 할 수 있다. ^^

 

요즘 달맞이꽃도 한창이다. 달맞이꽃은 바늘꽃과의 두해살이풀로, 여름에 노란색 꽃이 잎겨드랑이마다 한 개씩 달린다. 달맞이꽃이 저녁에 피는 이유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 박각시나 나방 등 야행성 곤충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기 때문일 것이다.

 

달맞이꽃.

 

달맞이꽃은 어릴 적부터 보아온 아주 친근한 식물이지만 고향이 남미 칠레인 귀화식물이다. 하지만 일찍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리 잡아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사람들이 파헤쳐 공터를 만들어 놓았거나 길을 만든 가장자리 또는 경사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달맞이꽃.

 

그럼 달맞이꽃은 언제 귀화했을까. 달맞이꽃의 별칭 중 하나가 해방초. 일제 강점기에서 풀려나는 시점에 널리 퍼졌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학자들은 달맞이꽃이 이보다는 전에, 개화기 즈음 우리나라에 귀화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해방 전후 널리 퍼진 것은 맞는 것 같다. ^^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와 퍼진 망초, 해방 즈음해서 널리 퍼졌다는 해방초...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이름에 간직하고 있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망초·달맞이꽃 관련해 더 읽을거리

 

-[꽃맹 탈출] "내가 망초, 개망초도 구분 못했을 때" 

 

-정말 '툭' 달맞이꽃 피는 소리가 날까? 

 

-낮달맞이꽃, 분홍낮달맞이꽃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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