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자’라는 식물을 아시는지요? 아마도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요즘 숲에 가면, 아래 사진처럼 꽃대 가득 보라색 꽃이 피어 있는데, 꽃 하나하나를 보면 좁고 가느다란 꽃잎이 날렵하게 뒤로 말린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영아자 이야기입니다. ^^
영아자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고운 남보라빛 꽃잎은 아주 가늘고 깊이 갈라져 있는데, 이 꽃잎이 뒤로 말리고, 수술은 곧게 뻗어 나온 꽃입니다. 볼수록 개성 넘치는 꽃입니다. ^^
아래 사진처럼 잎은 긴 달걀형으로 양 끝이 좁고 표면에 털이 약간 있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습니다. 이 잎을 미나리싹이라고 부르며 특별한 봄나물로 먹는다고 합니다. 쌈을 싸서 먹어도 좋고 무침으로도 좋은 산나물로, 은은한 향에 아삭한 맛이 있다고 하니 저도 한번 꼭 맛보고 싶습니다. ^^
제가 영아자에 깊은 인상을 받은 건 수년 전 야생화동호회에서 1박2일 정기모임을 갔을 때였습니다. 낮에 꽃을 보고 밤에 둘러앉아 야생화 얘기를 하다가 화제가 ‘나를 야생화 세계로 이끈 꽃’으로 흘러갔습니다. 어떤 회원은 변산바람꽃이라 했고, 어떤 회원은 물매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고수인 P님은 영아자라고 했습니다. 그는 “영아자의 가는 꽃잎을 보면 지금도 묘한 생각이 든다. 9년째인데 이제 조금 눈을 뜬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영아자에 대한 기억 또 하나는 5년 전 국립수목원에서 연 첫 잡초전시회였습니다. 당시 국립수목원은 논밭은 물론 보도블록, 공터, 습지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모아 전시했습니다. 전시회 제목은 ‘잡초를 보는 새로운 시각, 잡초에 반하다’. 토끼풀, 서양민들레, 냉이, 쑥, 질경이, 애기똥풀 같은 잡초들이 원래 사는 환경과 유사하게 꾸민 전시대에 올라 있었는데, 뜻밖에도 영아자도 있었습니다. ^^
잡초(雜草)는 사람이 재배하는 작물(作物)의 상대적인 개념인데, 인간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구분한 것이죠. 그런데 수목원은 잡초를 '사람이 관리하지 않은 식물'로 해석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엿한 야생화로 생각해온 꽃들도 잡초 목록에 올라간 것입니다. 영아자 같은 꽃은 잡초 취급을 받는 것이 좀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
저에겐 영아자는 아름다운 꽃, 야생화입니다. 수없이 많이 영아자를 보고 담아보았지만 지난 주말에도 영아자 꽃의 신비한 보랏빛을 보고 다시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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