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꽃을 보러 산에 다니다 보면 단순한 검붉은색 타원형인 꽃차례를 여러 개 단 식물을 볼 수 있습니다. 언뜻 오이 냄새가 스치면 오이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오늘은 오이풀·수박풀 등 채소 이름이 들어간 꽃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오이풀은 7~9월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왜 이름에 오이가 들어갔을까요? 잎에서 오이 냄새가 난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이 식물의 잎을 손으로 비벼 보거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몇 번 내려친 뒤 냄새를 맡아보면 상큼한 오이 향이 납니다. ^^ 모양이 예쁘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꽃과 열매를 꽃꽂이 소재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산에 가면 산오이풀도 있습니다. 오이풀이 주로 낮은 곳에서 다른 식물들과 어울려 자라는 반면 산오이풀은 주로 산 정상부나 능선 근처에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도 험한 남덕유산 능선에서 본 것입니다. 산오이풀은 늘 꽃줄기의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수박풀입니다. 수박풀은 잎이 수박을 닮았다고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잎을 제외한 꽃이나 열매는 수박과는 거리가 멀게 생겼습니다. 중부 아프리카 원산인 귀화식물로, 한때 관상용으로 심은 것이 야생화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집마을 주변지의 빈터, 밭과 그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수박필레아도 있습니다. ‘수박’에 속명 ‘Pilea’를 붙인 이름인데, 잎에 수박 무늬가 있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타원형 잎 표면에 규칙적인 은색 무늬가 있는 것이 정말 수박 무늬 비슷합니다. ^^
식탁에서 만날 수 있는 채소 이름을 붙인 식물이 의외로 많지요? ^^ 미나리의 잎을 닮은 미나리냉이, 잎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산마늘 등도 있습니다. 미나리냉이는 늦은 봄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잎이 미나리를 닮았고 꽃은 냉이를 닮아 붙인 이름입니다.
산마늘은 넓은 잎이 2~3장 달려 있는데, 강원도산과 울릉도산은 분류학적으로 좀 다르다고 합니다. 음식점에서는 흔히 산마늘을 명이나물이라 부릅니다. 울릉도에 처음 도착했던 사람들이 산마늘을 캐 먹으며 연명을 했다고 목숨을 뜻하는 ‘명(命)’자를 붙여 명이나물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생강나무는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자르면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생강이 아주 귀하던 시절에는 이 나뭇잎을 가루로 만들어 생강 대신 쓰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는 바로 생강 냄새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
또 고추나무는 잎이 밭에서 자라는 고추와 닮았다고, 고추나물은 꽃이 지고 난 후 빨간 열매가 하늘을 향한 모습이 고추와 닮았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 이밖에 도깨비가지, 가시상추, 상치아재비 등도 있는 등 채소 이름이 들어간 식물 이름은 굉장히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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