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우리 식물 학명에 단골 등장하는 외국인 5명, 카오스 식물 강연 2강

우면산 2022. 3. 25.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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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재단이 2022 봄 카오스 강연을 ‘식물 행성(Plant Planet)’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3월 16일부터 5월 18일까지 10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저녁 7시30분 현장 강연과 유튜브 생중계로 동시에 진행하는데, 그 강연 내용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23일 카오스 식물 강연 2강은 서울대 산림과학부 장진성 교수의식물 학명 이야기였습니다. 먼저 식물 신종을 등록하려면 ①학명을 라틴어로 써야하고 ②라틴어 또는 영어로 특징을 기재하고 ③기본 표본을 지정하고 ④유효하게 발표해야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유효하게 발표심사자가 있는 학회지에 발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

 

신종 기재 방법. /장진성 교수 강의 PPT

 

학명에서 ‘-a’로 끝나면 여성형, ‘-um’으로 끝나면 중성형, ‘-us’로 끝나면 남성형이라는 것도 이번 강연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 우리나라 식물의 경우 봉선화(Impatiens balsamina L.) 등 여성형이 70%로 대부분이고, 광릉요강꽃(Cypripedium japonicum Thunb.) 등 중성형이 5%, 억새(Miscanthus sinensis) 등 남성형이 4% 정도라고 합니다.

 

식물 학명에서 성 결정. /장진성 교수 강의 PPT

 

그럼 우리나라 식물은 누가 채집해 학명을 등록했을까요? 일제 강점기 이전에는 주로 유럽 사람들이, 강점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했고, 해방 이후에야 우리나라 학자들이 했다고 합니다. 식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다 보면 만나는 인물들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코마로프, 타케와 포리, 윌슨, 나카이 등 5명입니다. ^^

 

한반도 식물을 채집해 기록한 사람들. /장진성 교수 강의 PPT

 

먼저 코마로프(Komarov)는 러시아 학자로 1895~1897 3년간 한반도 북부와 러시아, 중국 일대 식물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이걸 일본에서 번역해 정리한 책이 ‘만주식물지’입니다. 어떤 식물을 채집했나 검색해보니 1886년 서울에서 솔붓꽃, 1897년 두만강 유역에서 날개하늘나리 등을 채집했다고 나옵니다. ^^

 

타케(Taquet)와 포리(Faurie)는 프랑스 신부들입니다. 이들은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신부로 활동하면서 1900~1911년 우리나라 식물들을 채집해 유럽으로 보냈습니다. 당시 식물을 채집해 보내면 돈을 벌 수 있어서 그 돈을 받아 선교에 썼다고 합니다. ^^ 타케 신부 이름은 한라부추(Allium taquetii H.Lév. & Vaniot) 등에, 포리 신부 이름은 쥐오줌풀(Valeriana fauriei Briq.) 등에 남아 있습니다. ^^

 

타케, 포리 신부 등의 채집 기록. /장진성 교수 강의 PPT

 

쥐오줌풀.

 

윌슨은 영국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 활동한 식물학자인데, 1917~1918년 주로 우리나라 북부에서 채집했다고 합니다. 윌슨은 구상나무를 신종으로 등록한 학자로 유명합니다. ^^

 

나카이는 한반도 식물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전국을 다니며 약 1만4000종의 식물 표본을 채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에는 유난히 학명에 '나카이(Nakai)'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개나리는 학명이 'Forsythia koreana Nakai'입니다.

 

나카이 다케노신(1882~1952)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일한 일본의 식물분류학자였습니다. 그는 동경제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1909년 스승의 권유로 한반도 식물을 조사하기 시작해 1942년까지 17차례에 걸쳐 한반도 곳곳을 답사해 식물들을 채집했습니다.

 

개나리.

 

오이(Ohwi)’라는 일본 학자 이름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오이 지사부로(大井次三郞)입니다. 일본 분류학계에서 마키노(Makino)와 쌍벽을 이루는 대학자로, 일본 학계에서는 나카이보다 오이를 더 대단한 학자로 평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 오이와 나카이는 같이 국립과학관에서 근무했다고 합니다. 오이는 성격이 온순한 학자인 반면, 나카이는 외향적이고 공격적 성향이어서 오이가 같이 근무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장 교수 포스팅 글).

 

학명에서 선취권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강연에서도 나왔지만, 이 얘기가 나올 때 자주 등장하는 꽃이 금강초롱꽃입니다. 한반도 특산종인데, 학명(Hanabusaya asiatica Nakai) 중 속명에 조선 초대 일본 공사 하나부사(花房)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나카이가 한반도 식물을 조사할 때 연구비와 인력을 지원한 사람입니다. 이 사연을 알면 분개하는 사람이 많은데, 북한도 우리처럼 화가 났는지 금강초롱꽃 속명을 '하나부사야' 대신 '금강사니아(Keumkangsania)'로 바꾸어 사용하지만 선취권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

 

금강초롱꽃.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어느 정도 다르면 새로운 종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 저는 아직도 답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장 교수는 새로운 종이려면 그 특징이 불연속적이어야하고, 유전적으로 컨트롤 돼야하고, 세대를 거치며 일관성과 항상성이 있어야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살라미 택소노미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면서도 신종 기재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흔한 식물에 대한 분류를 흔들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근래에도 현호색, 용담에 대한 분류가 바뀌어 새로 공부해야했고, 원추리 이름 체계를 흔들면서 꽃쟁이들이 원추리 종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

 

◇2022 카오스 봄 ‘식물 행성(Plant Planet)’ 강연 순서

 

1. 3 16일 고려대 김기중 생명과학과 교수 식물의 탄생과 진화

2. 3월23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장진성 교수 ‘식물 학명 이야기

3. 3 30일 충북대 특용식물학과 조현우 교수 식물은 어떻게 키가 커지고 뚱뚱해질까?’

4. 4 6일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최길주 교수 식물 씨앗도 잠에 들고 깨어난다

5. 4 13일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유리 교수 ‘건축탐구

6. 4월20일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호정 교수 식물 줄기와 질소의 흥미로운 세계

7. 4월27일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지영 교수 보이지 않는 식물행성, 뿌리

8. 5 4일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일하 교수 꽃은 어떻게 피는가?’

9. 5 11일 포스텍 생명과학과 최규하 교수 식물 유전학과 육종의 역사

10. 5 18일 충남대 생물과학과 박연일 교수 등 4 식물과 기후변화

 

강연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3층 카오스홀에서 현장 강연과 함께 유튜브 카오스 사이언스’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합니다. 저도 온라인으로 듣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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