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둘레길은 자주 가는 곳이다. 날씨가 궂거나 시간이 부족해 서울을 벗어나기 어려울 경우, 가기 좋은 곳 중 하나가 서울 남산이다. ^^ 어제가 딱 그런 경우였다. 어제 오전에 비가 내려 오후에 서울 남산을 갔다.
남산둘레길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케이블카 타는 곳 근처. 다른 나무들은 이제 잎을 내밀려고 준비하고 있거나 막 잎을 내밀고 있는 정도였다. 버드나무, 조팝나무, 딱총나무 정도가 이제 잎을 내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미 푸른 잎을 다 내밀고 부지런히 광합성을 하는 나무가 있었다. ^^ 바로 귀룽나무다. ^^
요즘 숲에서 거의 한여름처럼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가 있으면 귀룽나무일 가능성이 높다. 귀룽나무는 다양한 나무가 자라는 숲에서 가장 부지런한 나무다. 주로 계곡가, 물이 흘러 습기가 충분한 곳에 자라는데, 높이가 10∼15m까지 자라고 지름도 거의 한아름에 이를 수 있는 큰 나무다.
우람한 메인 가지에서 사방으로 줄기를 늘어뜨려 큰 우산 같은 수형을 만든다. 북한산 구기동 코스를 오르다 구기계곡 삼거리에서 승가사 쪽으로 조금 더 가다 아주 근사한 귀룽나무를 만날 수 있다. 청계산에 올랐다가 의왕 청계사 방향으로 내려오다보면 계곡을 따라 제법 큰 귀룽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몰 수 있다.
귀룽나무는 4~5월 또한번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이기 때문에 확 눈길을 끄는 것이다. 꽃차례는 밑으로 처지면서 원뿔 모양이다. 열매는 둥글고 여름에 검게 익는데 벚나무에 달리는 버찌 비슷하다. 귀룽나무는 벚나무 무리와 같은 속(Prunus)이다.
소설가 신경숙도 귀룽나무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소설 ‘부석사 국도에서’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의 가족이 버리고 온 옛 집터에’ 가는 장면이 있는데 ‘산에서 내려온 귀룽나무며 누리장나무들이 뿌리를 뻗고 있었다’는 대목이 있다.
필자는 나중에 정원이 생기면 제일 먼저 귀룽나무를 심으려고 벼르고 있다. ^^ 먼저 귀룽나무 자리를 잡고 나머지 나무들을 주변에 배치할 생각이다. 어느 정도 습기만 확보하면 추위는 물론 음지나 공해도 잘 견딘다고 하니 조경수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빨리 자라는 속성수라고 하니 금상첨화다.
귀룽나무라는 이름은 구룡목(九龍木)이라는 한자 이름에서 유래했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궁궐의 우리나무’에서 “귀룽나무란 이름은 ‘구룡’이라는 지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구름나무’라고 부른다.
◇더 읽을거리
-계방산에서 귀룽·개벚지·산개벚지 나무를 만나다
-노랑제비꽃·처녀치마·귀룽나무, 북한산에서 만난 봄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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