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전거로 서울 양재천을 달리다 귀룽나무 때문에 몇 번이나 멈추어야 했습니다.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인 귀룽나무를, 그것도 지금이 절정인 귀룽나무를 보고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 저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귀룽나무를 보고 감탄하며 스마트폰을 꺼내더군요.
귀룽나무는 4월에서 5월 가장 강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우람한 메인 가지에서 사방으로 줄기를 늘어뜨려 큰 우산 같은 수형을 만드는데, 이 즈음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안산이나 북한산·청계산 등 계곡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귀룽나무 사진을 담고 있는데 "나무 이름이 뭐냐?"고 묻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귀룽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밑으로 처지면서 원뿔 모양으로 달리는 꽃차례를 보는 것입니다. 귀룽나무는 특이하게도 아래 사진처럼 꽃차례 아래쪽에 잎이 달립니다. 참 쉽죠 ^^ 귀룽나무는 벚나무 무리와 같은 속(Prunus)입니다.
귀룽나무라는 이름은 구룡목(九龍木)이라는 한자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궁궐의 우리나무’에서 “귀룽나무란 이름은 ‘구룡’이라는 지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흰꽃으로 뒤덮였을 때 구름처럼 보인다고 ‘구름나무’라고 부른답니다. 괜찮은 이름 같습니다. ^^
귀룽나무는 이에 앞서 이른 봄에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잎을 틔울 생각도 안 하고 있을 때, 다른 나무보다 일찍 푸른 잎을 다 내고 광합성을 하는 부지런한 나무인 것입니다. ^^
저는 나중에 정원이 생기면 제일 먼저 귀룽나무를 심으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 먼저 귀룽나무 자리를 잡고 나머지 나무들을 주변에 배치할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습기만 확보하면 추위는 물론 음지나 공해도 잘 견딘다고 하니 조경수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더 읽을거리
-초봄 가장 부지런한 귀룽나무, 신경숙도 좋아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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