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계방산에 가서 놀란 것은 귀룽나무가 엄청 많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 부근까지, 그리고 다시 하산로까지 계속 볼 수 있었습니다. 하산로 계곡에서는 귀룽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개벚지나무, 산개벚지나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셋 다 벚나무 무리와 같은 속(Prunus)입니다.
먼저 귀룽나무는 5월에 강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이기 때문에 확 눈길을 끕니다. 서울 안산이나 북한산·청계산 등 계곡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귀룽나무가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 부근까지 볼 수 있는 것은 물가, 계곡을 따라 자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꽃차례는 밑으로 처지면서 원뿔 모양입니다. 열매는 여름에 둥글고 검게 익는데 벚나무에 달리는 버찌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이 열매를 새들이 좋아한다고 이 나무 영어 이름은 ‘버드 체리(Bird Cherry)’입니다. ^^
귀룽나무는 이에 앞서 이른 봄에 다른 나무보다 일찍 푸른 잎을 다 내고 존재감을 드러내며 광합성을 하는 부지런한 나무입니다. ^^ 귀룽나무라는 이름은 구룡목(九龍木)이라는 한자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궁궐의 우리나무’에서 “귀룽나무란 이름은 ‘구룡’이라는 지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구름나무’라고 부른답니다.
귀룽나무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아래 사진처럼 꽃차례 아래쪽에 잎이 달렸다는 것입니다. 귀룽나무를 10년 이상 보면서도 깨닫지 못한 사실인데, 이번에 계방산에 가서 전문가 설명을 듣고 알았습니다. ^^ 그 설명을 들으니 귀룽나무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왜 여태 이걸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무도감을 찾아보니 그런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ㅠㅠ
개벚지나무와 산개벚지나무도 귀룽나무 비슷하게 하얀 꽃이 핍니다. 이 둘은 비교적 고산지대에서 볼 수 있어서 서울 주변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주와 지지난주 주말에 차례로 오대산과 계방산에 다녀오면서 개벚지나무와 산개벚지나무를 많이 보았습니다. 개벚지나무라는 이름은 버찌가 열리는 벚나무와 비슷한 열매가 달리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
둘은 귀룽나무처럼 꽃차례에 잎이 나지 않습니다. 둘의 확실한 차이점은 개벚지나무 꽃차례에는 잎도 포엽도 없는 반면 산개벚지나무 꽃차례 아래에는 난형의 포엽이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다 개벚지나무는 수피가 황갈색이고 광택이 있습니다. 나무껍질에 이 광택이 있어서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귀룽나무, 개벚지나무, 산개벚지나무 구분법을 혼자 알기 아까워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이 글을 씁니다. ^^
◇귀룽나무 관련해 더 읽을거리
-초봄 가장 부지런한 귀룽나무, 신경숙도 좋아했죠 ^^
-노랑제비꽃·처녀치마·귀룽나무, 북한산에서 만난 봄꽃들
-아까시·때죽나무·으아리, 서대문 안산 자락길에 핀 꽃들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병초·구상나무 기후변화 영향받아... 어떤 나무이기에? (21) | 2021.05.27 |
---|---|
북한산성계곡에서 만난 백합나무꽃, 머루와 다래 (22) | 2021.05.25 |
아까시·때죽나무·으아리, 서대문 안산 자락길에 핀 꽃들 (12) | 2021.05.17 |
반구형 하얀꽃, 공조팝 당조팝 산조팝 갈기조팝 나무 차이는? (14) | 2021.05.06 |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노각나무는 '수피'짱 ^^ (11) | 2021.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