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얼레지, 숲속에서 만나는 압구정동 아가씨 ^^

우면산 2022. 4. 1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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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남양주 축령산·서리산에 갔더니 이번 주 카덴차(협주곡의 화려한 솔로 연주)는 얼레지 순서인 것 같았습니다. ^^ 요즘 숲 속에서 꽃이 피는 초봄 야생화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얼레지인 것입니다. ^^

 

얼레지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꽃입니다. 이름도 특이한 데다 이른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서 자주색 꽃잎을 뒤로 확 젖히는 것이 파격적입니다. 어느 정도 젖히느냐면 꽃잎이 뒤쪽에서 맞닿을 정도입니다.

 

남양주 축령산 얼레지.

 

이 모습을 보는 사람에 따라 아주 다르게 묘사합니다. ^^ ‘한국의 야생화저자 이유미는산골의 수줍은 처녀치고는 파격적인 개방이라고 했고, ‘제비꽃 편지저자 권오분은 물속을 향해 다이빙하는 수영선수처럼 날렵하게 생겼고, 화려한 것이압구정동 지나는 세련된 아가씨 같은 꽃이라 했습니다. 한성대 언어교육원 임소영 책임연구원은 한 기고에서온몸을 뒤로 젖히고 한쪽 다리로 얼음을 지치는 피겨 선수를 닮았다”고 표현했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어느 것이 가장 가까운가요? ^^

 

지난 10일 남양주 축령산에서 만난 얼레지.

 

김훈은 소설내 젊은 날의 숲에서꽃잎을 뒤로 활짝 젖히고 암술이 늘어진 성기의 안쪽을 당돌하게도 열어 보였다”고 표현했습니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녹색 바탕의 잎에 얼룩덜룩하게 보이는 자주색 무늬가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

 

얼레지가 이처럼 꽃잎을 뒤로 젖히는 이유는 벌레들에게 꿀의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해서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꽃잎을 뒤로 젖히면 삐죽삐죽한 꿀 안내선(honey guide)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서양인들에게는 이 꿀 안내선이 개이빨처럼 보인 모양입니다. 영어로 얼레지가 ‘dog’s tooth violet‘이니개이빨 제비꽃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얼레지. 가운데 암술과 주변 수술과 함께 꽃잎에서 꿀 안내선을 볼 수 있다.

 

얼레지 씨를 뿌리면 꽃이 피는데 7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첫해엔 잎 하나가 뾰족이 올라오는데 그치고, 2년차에 잎 하나가 나오고, 3년차에 잎이 둘이 생긴 다음 7년차에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 마릴린 먼로의 영화 제목처럼 7년 만의 외출을 하는 셈이죠. ^^ 꽃이 하도 예뻐서 뿌리를 캐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뿌리가 아주 깊은데다 큰 나무뿌리에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절대로 채취할 수 없다고 합니다. 꽃시장에서 사거나 씨를 받아 뿌리는 것이 나을 겁니다.

 

나란히 핀 얼레지 세 아가씨 ^^

 

얼레지는 대개 큰 군락을 형성해 자랍니다. 그래서 가평 화야산이나 강원도 태백산 등에 가면 수천수만 송이가 대군락을 이룬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얼레지는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야생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입문할 때 처음 대하는 기본 꽃들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에 가는 분들은 올봄 야생의 얼레지를 보는 것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요. 얼레지를 한번 보면 야생화의 매력에 푹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

 

 

◇더 읽을거리

 

-화야산 얼레지가 꽃잎을 파격적으로 젖히는 이유 ^^ 

 

-‘미스 처녀치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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