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순비기나무, 여름 휴가 때 만나는 보라빛 향기

우면산 2022. 7. 1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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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와 야생화 사이트 등에 순비기나무 꽃이 자주 올라옵니다. 순비기나무는 바닷가 모래땅 등에서 피는 키작은나무입니다.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가서 처음 이 꽃을 보았을 때 보라색 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순비기나무는 제주도와 남해안 등 여름 휴가지가 떠올리는 꽃입니다. ^^

여름휴가철 제주도 해안가에 핀 순비기나무꽃.


순비기나무는 제주도와 남부지방 해수욕장 주변에서, 모래땅이나 바위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황해도 이남 바닷가에 자란다고 하니 전국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셈입니다. 대만, 일본, 태평양 지역 섬과 호주 등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바닷물에 닿아도 죽지 않는 내염성 수목입니다.

순비기나무꽃.


순비기나무는 버베나·란타나·누리장나무·작살나무 등과 같은 마편초과입니다. 꽃은 7~9월에 청보라빛으로 입술 모양으로 피는데, 꽃받침은 술잔처럼 생기고 수술 4개 중 2개가 길게 나오는 등 개성 만점인 꽃이기도 합니다. 잎 전체에 회색빛 나는 흰색 잔털이 퍼져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누리장나무 꽃.


순비기나무꽃을 만나면 꼭 냄새를 맡아보세요. 싱그러운 향기가 반길 겁니다. ^^ 꽃만 아니라 식물체 전체에서 향기가 납니다. 순비기나무는 박하를 비롯해 배초향, 향유, 꽃향유, 창포, 산국, 감국, 구절초, 백리향 등과 함께 우리 산하에 있는 토종 허브 중 하나입니다. ^^

순비기나무 줄기는 옆으로 뿌리줄기를 뻗으며 퍼져 청보랏빛 카펫을 만듭니다. 보랏빛 꽃들이 여름 정원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치고는 두 뼘쯤 높이로 자라는 작은키인데, 남부지방에서는 상록으로 늘 푸르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낙엽이 지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거제도 외도보타니아에서 담은 순비기나무꽃.


순비기나무라는 이름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제주 해녀가 물질하다 올라와 세차게 내는 숨소리를 ‘숨비기소리’라고 하는데, 해녀들이 두통 치료제로 순비기나무 열매(만형자·蔓荊子)를 먹어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또 해녀가 잠수하는 동작인 숨비기(숨을 비워서 물속으로 들어가는)처럼 모래땅 속으로 들어가는 나무라는 뜻이라는 견해도 있더군요. 어느 쪽이든 해녀 물질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순비기나무는 뻗은 줄기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모래밭을 덮어 바닷가에서 모래가 바람에 의해 유실되는 걸 막아주는 고마운 식물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다 개성 있는 꽃과 향기로 여름휴가철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꽃인 것입니다. ^^ 순비기나무, 여러모로 쓸모 있고 좋은 나무입니다.


◇더 읽을거리

-거제 외도보타니아에 핀 꽃들, 맥문아재비·아왜나무

-이름이 가장 궁금한 꽃 100가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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