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향에 갔다가 어저귀가 꽃 핀 것을 보고 선물을 받은 듯 기뻤습니다. 몇 년전 독특한 어저귀 열매를 담고 꽃도 한번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기회가 온 것입니다. ^^ 스마트폰으로 담다가 뭔가 부족한 것 같아 DSLR을 꺼내와 제대로 담았습니다. 아래 어저귀 사진 감상해 보세요. ^^
어저귀는 아욱과 식물로, 농촌의 밭 언저리, 휴경 밭, 마을 근처 길가, 하천변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본 곳은 논둑이었습니다. 인도 원산의 귀화식물 취급하고 있으나, 넓은 분포지 등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 고유종 또는 선사시대 밭 경작과 함께 들어온 사전귀화식물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저귀는 줄기 껍질을 이용하는 섬유 작물인데, 어저귀 섬유질은 수분에 잘 견디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물기 있는 곳에서 사용할 끈을 만드는 데 이용했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어저귀 잎의 놀라운 부드러움입니다. 사진을 찍다가 어저귀 잎을 잡았는데, 잎이 특히 뒷면이 푹신한 비로드 천처럼 정말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몇번이나 다시 만져볼 정도였습니다. ^^ 그래서인지 어저귀의 영어 이름이 ‘Velvetleaf’더군요. 아예 벨벳처럼 부드러운 잎이라는 이름을 붙인 겁니다.
줄기에도 부드러운 털이 빡빡하게 나 있습니다. 꽃도 아욱과 식물답게 독특한 모양입니다. 8~9월에 줄기 위쪽 잎겨드랑이에서 노란색으로 피는데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오묘한 색입니다. ^^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개입니다. 나중에 생기는 열매도 물레방아처럼 생긴 것이 개성만점입니다. ^^
어저귀라는 독특한 이름은 단단한 줄기에서 나는 소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줄기를 밟거나 채취할 때 ‘어적 어적’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입니다(‘한국식물생태보감1’). ^^ 한자어로 ‘맹마(莔麻)’, ‘동마(桐麻)라는 이름도 갖고 있는데 각각 ‘어저귀 삼’, 잎이 ‘오동나무’ 잎을 닮은 삼이라는 뜻입니다.
어저귀가 또하나 유명한 것은 종자은행은 가졌다는 것입니다. ^^ 어저귀 종자는 직경 3mm 정도로 작아서 땅에 떨어지면 종자인지 흙 알갱이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표면 가까이에 묻혀 있던 종자는 쉽게 발아하지만, 땅속에 깊이 묻혀 있던 종자는 휴면에 들어가 때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러다 땅이 뒤집히면서 지표면 가까이에 올라오면 휴면에서 깨어나 발아 기회를 갖습니다. 보통 지표면에 있는 종자 수보다 약 6배에 해당하는 종자가 땅속에 저장되는 종자은행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한국식물생태보감1’). 여러가지로 재미있는 식물입니다. ^^
◇더 읽을거리
-접시꽃·부용·닥풀·황근·히비스커스, 무궁화 형제들 이름 알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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