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한약 쓰는디 부자를 과하게 넣으면 눈이 먼다던데 정말 그런가 모르겄어.”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이 이같은 말을 한 다음, 소리에 한을 더하고자 딸 송화에게 뭘 먹게 해 눈이 멀게 합니다. 그 때 먹인 것이 바로 부자입니다. 부자(附子)는 비상(砒霜), 천남성(天南星)과 함께 맹독성 물질의 대명사 격입니다.
백부자(白附子)는 땅속 덩이뿌리인 부자가 흰색이라는 뜻인 맹독성 식물입니다. 식물 전체에 독이 있는데 뿌리의 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합니다. 부자 속 ‘아코니틴’이란 성분은 심장정지, 호흡곤란, 운동신경마비, 내장출혈 등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이맘때 강원도 어느 산 깊숙한 골짜기에서 백부자를 보았습니다<위 사진>. 같이 간 야생화 고수가 하는 맹독성, 사약 원료 같은 말을 들으면서 이 꽃을 보니 좀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 더구나 영화 ‘서편제’ 같은 슬픈 스토리까지 갖고 있으니 좀 애잔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백부자는 투구꽃 비슷하게 생겼고 노란색 꽃이 피기 때문에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누런색 꽃잎으로 둘러싸인 꽃이 꽃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고깔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토양에 따라 꽃이 자주색을 띠기도 합니다.
백부자 학명은 ‘Aconitum koreanum’인데, 종소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특산식물입니다. 북한에서는 ‘노란돌쩌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꽃 모양이 돌쩌귀(문짝을 문설주에 달아 여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쇠붙이)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백부자는 개체 수가 급속히 줄어들어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II급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소개한 적이 있는 투구꽃·진범과 같은 속입니다. ^^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라는 말이 있죠? 백부자는 강한 독성을 지녔지만 사람의 몸에 들어가 양(陽)의 기운을 극대화하는 성질이 있어서 한방에서 약으로 쓰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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