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경포호수 개나리가 가을에 핀 이유 ^^

우면산 2022. 10.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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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휴 때 강릉 경포호수 둘레길을 걷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한두 송이도 아니고 나무 전체적으로 꽃이 만개한 개나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잎이 다 있는 상태에서 개나리 꽃이 핀 것을 보니 다른 식물을 보는 것 같습니다. ㅎ 이 개나리는 어떻게 피었을까요? ^^

 

가을에 핀 경포호수 개나리.

 

개나리는 12시간 이상 낮의 길이(광주기)가 유지될 때 꽃이 피는 장일식물이랍니다. 진달래와 같이 봄에 꽃이 피는 식물들이 대부분 장일식물입니다. 반면 밤의 길이가 일정한 시간보다 길어지면 꽃이 피는 단일식물도 있는데, 코스모스와 국화처럼 가을에 꽃이 피는 식물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경포호수 개나리는 거꾸로 핀 겁니다.

 

봄에 핀 개나리 무리. 잎이 나기 전에 핀다.

 

식물의 꽃 피는 시기는 낮이 길이만 아니라 온도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으면 일찍 꽃이 피지만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꽃 피는 시기를 늦추는 식물도 있답니다. 이렇게 식물은 빛과 온도를 감지해 언제 꽃을 피워야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가을에 핀 개나리. 강릉 경포호수 둘레길.

 

식물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주기적 리듬을 담당하는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식물체 어디에 그런 기관이 있는지 정말 시기할 따름입니다. 또 식물의 세포에는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이 있다고 합니다. 이 정보를플로리겐이라는 물질을 통해 줄기 끝에 전달하면 꽃눈이 생긴다고 합니다. ^^

 

가을에 핀 경포호수 개나리.

 

그렇다면 경포호수 개나리는 이 생체시계와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년 봄에 피려고 꽃눈을 만들어 놓았는데, 생체시계나 빛 감지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서 꽃을 피워야할 시기로 착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낮의 길이는 달라졌을 리가 없으니 온도와 빛이 꽃눈이 틀 정도로 조건이 맞아 개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개나리 열매. 연교라 부른다.

 

경포호수 개나리가 어떤 이유로 꽃이 피었는지 제가 더 이상 짐작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철 모르고 꽃을 피웠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니, 특히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개나리에는 드문 열매도 많이 맺었으니 그런대로 제 할 일을 다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

 

 

◇더 읽을거리

 

-카오스 식물 강연 1강, 식물이 꽃 피기까지 5가지 혁신 

 

-‘식물의 초파리’ 애기장대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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