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 우연히 백합과 쑥부쟁이라는 단어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슨 사연인가 궁금해서 좀 찾아보았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17일 민주당 단독으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옛 노사정위) 위원장을 국회 모욕·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백합은 김 위원장의 노동계 후배인 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한국노총 위원장을 역임한 노동계 출신이고,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환노위 국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 글에서 “노동운동의 대선배님으로서 그 척박하고 엄혹했던 노동현실에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가, 3선 국회의원이자 재선 도지사 김문수로서 보여주셨던 그 기개는 이제 잊겠다”며 “그 기개는 어디로 버리시고 비루하게 막말하는 사람으로 노년을 보내시는지 가슴이 아려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제 존경함을 내려놓고 이 말을 꼭 들려드리고 싶다”며 영국 셰익스피어 말을 인용해 “백합이 썩을 때 그 냄새는 잡초보다 훨씬 고약하다”라고 했습니다. 김 의원이 김문수 위원장을 비판하는데 백합이라는 꽃을 쓴 겁니다.
그런데 이 논란에 대한 댓글 등을 보다보니 쑥부쟁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이건 또 왜 나왔나 찾아보니 얼마전 타계한 김지하 시인이 10년 전쯤 재야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판할 때 쓴 표현이었습니다.
김 시인은 당시 신문에 기고한 ‘한류-르네상스 가로막는 쑥부쟁이’라는 글에서 “쑥부쟁이가 한류-르네상스의 분출을 가로막고 있다. 자칭 한국 문화계의 원로라는 '백낙청'이 바로 그 쑥부쟁이”라고 했습니다. 김 시인은 백 교수가 한국문학 전통에 전혀 무식하며 “그저 그런 시기에 ‘창비’라는 잡지를 장악해 전통적인 민족문학 발표를 독점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글을 보면 예쁜 꽃, 쑥부쟁이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습니다. 왜 쑥부쟁이가 시인의 머리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글을 다시 읽어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쑥부쟁이가 다소 어지럽게 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까요?
마침 쑥부쟁이는 요즘이 제철입니다. 요즘 산에 가면 연보라색 고운 쑥부쟁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호출을 받고 나온 백합과 쑥부쟁이가 요즘 정치권 시비를 보고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할 것만 같습니다.
◇더 읽을거리
-6월 서울 남산둘레길, 주연은 산수국, 다양한 조연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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