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연휴 때 강릉 경포호수 둘레길을 걷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한두 송이도 아니고 나무 전체적으로 꽃이 만개한 개나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잎이 다 있는 상태에서 개나리 꽃이 핀 것을 보니 다른 식물을 보는 것 같습니다. ㅎ 이 개나리는 어떻게 피었을까요? ^^
개나리는 12시간 이상 낮의 길이(광주기)가 유지될 때 꽃이 피는 장일식물이랍니다. 진달래와 같이 봄에 꽃이 피는 식물들이 대부분 장일식물입니다. 반면 밤의 길이가 일정한 시간보다 길어지면 꽃이 피는 단일식물도 있는데, 코스모스와 국화처럼 가을에 꽃이 피는 식물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경포호수 개나리는 거꾸로 핀 겁니다. ㅎ
식물의 꽃 피는 시기는 낮이 길이만 아니라 온도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으면 일찍 꽃이 피지만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꽃 피는 시기를 늦추는 식물도 있답니다. 이렇게 식물은 빛과 온도를 감지해 언제 꽃을 피워야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식물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주기적 리듬을 담당하는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식물체 어디에 그런 기관이 있는지 정말 시기할 따름입니다. 또 식물의 세포에는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이 있다고 합니다. 이 정보를 ‘플로리겐’이라는 물질을 통해 줄기 끝에 전달하면 꽃눈이 생긴다고 합니다. ^^
그렇다면 경포호수 개나리는 이 생체시계와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년 봄에 피려고 꽃눈을 만들어 놓았는데, 생체시계나 빛 감지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면서 꽃을 피워야할 시기로 착각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낮의 길이는 달라졌을 리가 없으니 온도와 빛이 꽃눈이 틀 정도로 조건이 맞아 개화했을 수도 있습니다.
경포호수 개나리가 어떤 이유로 꽃이 피었는지 제가 더 이상 짐작할 길은 없습니다. 다만 철 모르고 꽃을 피웠더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니, 특히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개나리에는 드문 열매도 많이 맺었으니 그런대로 제 할 일을 다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
◇더 읽을거리
-카오스 식물 강연 1강, 식물이 꽃 피기까지 5가지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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