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공원에 있는 대왕참나무 무리에 고운 단풍이 들었다. 수형도 참 예쁜 나무인 데다 진한 붉은색 계열로 단풍이 들어 독특하면서도 참 아름답다.
가을이면 다시 보는 나무가 있다. 바로 대왕참나무로, 기대 이상으로 단풍이 좋고 오래가기 때문이다. 대왕참나무는 복자기 등 다른 나무보다 살짝 늦게 단풍이 들지만 늦은 겨울까지도 잎을 달고 있다.
대왕참나무는 ‘상굴·졸갈·신떡’ 등 우리나라 참나무들과 같은 참나무속(Quercus)이다. 대왕참나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서울 중구 만리동 손기정기념공원에 있다. 이곳은 손기정 선수 모교인 양정고 자리인데, 손기정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때 히틀러에게 부상으로 받은 묘목을 심은 것이다. 오랫동안 이 나무를 월계수로 알고 있었지만, 자란 것을 보니 북아메리카 원산인 대왕참나무였다.
대왕참나무는 길쭉한 잎 가장자리가 여러 번 깊이 패어 들어가 마치 임금 왕(王)자 같다. 그래서 대왕참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얘기가 있는데, 1980년대 한 종묘회사가 대량 도입하면서 임의로 붙였다고 한다. 또 이 나뭇의 잎 꼭짓점에 날카로운 바늘이 있는데,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핀오크(Pin Oak·바늘참나무)'라고 부른다. 이 나무와 손기정과 인연을 고려해 대왕참나무보다는 ‘손기정참나무’나 ‘손참나무’ 등으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는 주장이 있다.
겨우내 잎을 달고 있는 나무 중 대표적인 것은 감태나무다. 늦으면 다른 나무들은 꽃이 피는 4월 초까지 잎을 달고 있다. 대왕참나무도 잎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감태나무와 다른 점은 겨우내 조금씩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에 대왕참나무 주변에는 낙엽이 뒹구는 것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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