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나무 고목에는 땅과 가까운 큰 가지에 고드름처럼 거꾸로 자라는 돌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 신기하게 생겼죠? 이를 '유주(乳柱)'라고 하는데 대체 무엇이고 왜 달릴까요? 오늘은 요즘 은행잎이 떨어지자 더욱 잘 보이는 은행나무 유주 이야기입니다. ^^
유주는 젖 모양이면서 기둥처럼 생겼다고 ‘유주’라고 합니다. ‘나무 고드름’이라고도 하고 영어로는 ‘lignotuber’입니다. 마치 석회동굴에서 동굴 천장에 붙어서 아래로 자라는 종유석 같습니다. 좀 길게 자란 것은 남성의 심벌에 가까운 모양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더군요. ^^
이 유주는 뿌리처럼 아래쪽으로 계속 자라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고 그 줄기에서 새 눈이 자라 가지를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뿌리와 줄기의 성질을 다 가진 조직’, 즉 경근체(莖根體)라 할 수 있는데, 아직은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얀트리(Banyan tree)가 한 가지에서 여러 개의 뿌리가 나와 땅에 닿으면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굵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
유주는 어떤 경우 발달할까요? 지면 가까운 큰 가지, 옆으로 뻗은 큰 가지, 나무의 원줄기가 부러졌거나 줄기 속이 부패해 큰 동공이 있을 정도로 생존에 스트레스를 받은 가지, 뿌리 주변 환경이 영양을 흡수하기에 매우 불리한 조건인 경우라고 합니다.
수백 년 장수해 수세가 커진 나무의 경우, 옆으로 뻗어나간 부피가 커진 가지는 강풍이나 폭설이 내렸을 때 부러지기 쉬운데, 유주들이 뻗어 기둥처럼 자라 버팀목 역할을 한다면 태풍에 훨씬 잘 견뎌낼 수 있다고 합니다.
유주는 우리나라 은행나무에서는 잘 볼 수 없으나, 우리보다 공기 중 습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은행나무에 유주가 아주 흔하고 그 발달도 현저하다고 합니다. ^^ 그 모양이 남성의 심벌과 비슷해 아들을 낳고자 하는 여인네들이 소원을 비는 대상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성균관대 명륜당 앞,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부곡리, 홍의장군 곽재우 생가인 의령 세간리, 충남 태안 흥주사, 경북 김천시 섬계서원, 고창 선운산 등의 은행나무 유주가 유명합니다.
◇더 읽을거리
-7대 가로수 보면 동네 형성 시기 짐작할 수 있죠 ^^
-서울식물원 온실 꼭 봐야할 나무 4가지, 반얀트리 바오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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