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또 예쁜 열매를 꼽으라면 산수유 열매일 것 같습니다. 어제 여의도공원을 한바퀴 돌면서 여러 열매를 보았지만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산수유 붉은 열매였습니다. ^^
산사유 열매를 얘기하면서 김종길 시인의 시 ‘성탄제’를 빠뜨릴 수 없겠지요. ^^ 이 시에 어릴적 열이 높아졌을 때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열매가 나옵니다. ^^ 산수유는 해열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聖誕祭)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중략)
서러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산수유꽃이 지고 나면 수없이 많은 열매가 달려서 붉게 익어가기 시작해 요즘처럼 나무 전체가 빨갛게 물듭니다. 이 열매를 가을에 수확해 씨를 발라내고 햇빛에 잘 말려서 기운을 돋우는 약으로 씁니다. <성탄제>의 아버지도 열이 펄펄 끊은 아들을 위해 눈이 쌓인 숲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온 것입니다. ^^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둘 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초봄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의 전령사들입니다. 그런데 둘이 비슷한 시기에 노란 꽃봉오리를 내밀기 때문에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강나무는 줄기에 딱 붙어 짧은 꽃들이 뭉쳐 피지만, 산수유는 긴 꽃자루 끝에 노란꽃이 하나씩 핀 것이 모여있는 형태입니다.
꽃 필 때가 지나면 두 나무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나중에 잎이 나는 것을 보면, 산수유 잎은 긴 타원형이지만, 생강나무 잎은 동물 발바닥 모양입니다. 가을에 생강나무는 동그란 까만 열매가 열리고 산수유는 타원형인 빨간 열매가 열리는 점도 다릅니다. ^^
◇더 읽을거리
-가을 산, 빨간 열매① 남천 산수유 팥배 마가목 찔레꽃 화살 산딸
-새봄 저 노란꽃 산수유일까 생강나무일까? [꽃맹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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