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이길여 총장, 단 한번의 ‘플라타너스 로맨스’

우면산 2023. 8. 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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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다(샘터)’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가천대 이길여 총장이 김충식 가천대 특임부총장(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대담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책입니다. 여기에 평생 독신 이 총장이 단 한번 겪은 ‘플라타너스 로맨스’가 나와 있어서 소개합니다. ^^
 
‘인생 단 한번의 로맨스’라는 제목의 챕터인데, 이길여 총장이 1960년대 미국 유학 시절 청혼을 받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
 

이길여 총장의 대담 형식 회고록 '길을 묻다' 표지.

 
뉴욕 퀸스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하루는 훤칠하고 잘생긴 한 교포 남자가 병원 앞으로 꽃을 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이 총장보다 두 살 많은, 서울에서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온 교포였다는데, 검정색 링컨 콘티넬탈 세단을 몰 정도로 자수성가한 사업가였다고 합니다. ^^
 
이 총장은 화사한 원피스에 브로치를 달고 그와 자주 데이트를 즐겼다고 합니다. 애틋한 로맨스가 이어지다 어느날 새벽 2시쯤 드디어 이 남자가 차 안에서 청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남자가 이 총장 무릎을 베고 누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했던 남자 얼굴이, 플라타너스 잎 사이로 비친 달빛 때문인지, 갑자기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잎.

 
그래서 ‘결혼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고 기숙사로 돌아와 밤새도록 울었다고 합니다. 그 즈음은 레지던트 기간이 끝나가던 때였는데, 이 총장은 귀국해서 적어도 2년 정도는 환자에게 봉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시기였다고 합니다. ^^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그런 이유도 있었겠지만, 하필 ‘플라타너스 잎 사이로 비친 달빛 때문인지’ 청혼을 거절한 것입니다. 본인도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느낌이 들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 그러면서 “그게 제 운명이었던거죠”라고 했습니다. 1932년생인 이 총장은 91세인 지금도 독신으로 살고 있습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 서울 창덕궁 앞.

 
플라타너스(Platanus)는 가로수로 흔한 양버즘나무의 속명이자 영어 이름입니다. ^^ ‘길을 묻다’라는 책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는 꽃·나무 이야기를 위주로 하는 블로그이므로 '플라타너스 로맨스' 위주로 소개해 보았습니다. ^^
 
 
◇더 읽을거리
 
-7대 가로수 보면 동네 형성 시기 짐작할 수 있죠 ^^ 
 
-방울 열매가 3개, 진짜 버즘나무 감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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