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배풍등 꽃이 막 피기 시작했습니다. 꽃잎을 뒤로 확 젖히고 꽃밥을 드러낸 모습이 자신감 넘쳐 보입니다. ^^ 배풍등은 꽃만 아니라 열매, 잎도 개성 가득한 꽃입니다. ^^
배풍등은 가지과 여러해살이 식물로, 꽃은 늦여름(8~9월)에 피는데 흰 꽃잎이 다섯 장입니다. 같은 가지과에 속하는 가지·토마토 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배드민턴 셔틀콕처럼 생겼다는 말도 맞는 것 같죠? ^^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고, 일본, 대만, 인도차이나 등에도 분포합니다. 배풍등(排風藤)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풍(風)을 막는(排) 덩굴(藤)’이라는 뜻입니다. 한방에서 배풍등의 약효 중 거풍(祛風·풍을 물리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배풍등은 꽃도 독특하지만 열매도 인상적입니다. 가을에 산 주변이나 길가에서 늘어뜨린 가지에 진주만한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배풍등을 만나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입니다.
열매는 지름 8mm 정도 크기인데 잎과 같은 진한 녹색이었다가 10월쯤부터 빨간색으로 익습니다. 잎이 떨어지면 붉은 열매가 더욱 돋보이는데, 겨울까지 달고 있습니다. 한겨울 눈 속에서도 붉다고 해서 설하홍(雪下紅)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습니다. ^^
배풍등 잎은 하프 모양으로 아래쪽이 갈라진 것이 가장 많지만, 달걀 모양이거나 긴 타원형인 것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부정형(不定形)인데 이렇게 잎이 제각각인 식물이 드물기 때문에 배풍등을 구분하는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식물을 처음 공부할 때 배풍등 잎 모양을 보고 이렇게 제각각이면 어떻게 구분할까 한숨이 절로 나왔는데, 다행히 그런 식물이 드물어 배풍등을 구분할 때 쓸 수 있는 것입니다. ^^
배풍등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반목본성이라는 점입니다. 줄기 윗부분은 겨울에 사그라지고 줄기의 아랫부분만 월동하는 것입니다.
배풍등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여서 한 번 심으면 새들이 주변에 널리 전파시킨다고 합니다. 정원에 심으면 새들을 불러 들이는데 더없이 좋은 식물이라고 하니 마땅한 땅이 있는 분들은 한번 심어보기 바랍니다. ^^
◇더 읽을거리
-12월 장봉도에서 본 꽃과 열매1, 장구밤나무·천남성·배풍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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