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매화는 추석 즈음에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요즘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에 물매화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물매화가 피는 요즘 딱 읽기 좋은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전상국의 소설 ‘물매화 사랑’입니다. 2005년 나온 작가의 소설집 ‘온 생애의 한순간’에 첫번째로 실려 있는 소설인데, 물매화로 시작해 물매화로 끝나는 소설이더군요. ^^
이 소설은 시어머니와 남편과 갈등으로 가지울이라는 산촌에 칩거하는 한 여성이 요양을 온 듯한 한 남자와 말 없이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남자가 물매화를 좋아합니다. 그 과정이 여름에 물매화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추석 즈음 마침내 꽃이 피기까지 시간에 그려져 있습니다. ^^
그런만큼 소설에 물매화의 특징, 물매화가 꽃 피는 과정 등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여러 곳에 물매화가 나와 어디를 인용해야할지 고민일 정도였습니다. ^^ 제가 고른 곳은 마지막 부분, 드디어 물매화가 피는 대목입니다.
<백여 송이 물매화 꽃망울이 앞 다투어 한꺼번에 꽃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중략) 그가 애타게 기다리던 물매화가 핀 것이다. (중략) 등 뒤에서 내 어깨에 올린 그의 손을 느낄 수 있다. 그와 함께 물매화를 보고 있다. 그가 물매화와 나눈 말들이 은밀하고 따스하게 내 안으로 들어온다.>
물매화는 전국에서 자라는 범의귀과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다만 낮은 곳에선 살지 않고 깊은 숲에 드러난 양지바른 습지에서 주로 자랍니다. 보통 키가 한 뼘쯤(길이 7-30cm)입니다. 한 개체에서 서너 개씩 가녀린 줄기가 올라와 5장의 흰색 꽃잎을 가진 꽃을 피웁니다. 꽃잎의 수, 흰색 꽃 그리고 많은 수술이 달린 모습이 매화를 닮아서, 여기에다 물 가까이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매화라는 이름을 가진 겁니다.
물매화 중에서 가장 예쁜 것은 립스틱 물매화입니다. 립스틱 물매화는 물매화 중에서 꽃밥 부분이 붉은색이어서 빨간 립스틱을 바른 것 같다고 꽃쟁이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
이 소설을 읽으며 물매화에도 ‘아주 짧지만 오전 한때 가루분 냄새’가 난다는 것, 꽃망울이 ‘7월 초에 올라오기 시작해 거의 두달이 넘어서야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는 것 등을 알았습니다. 작가가 물매화를 가까이 두고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표현들입니다.^^
이 소설엔 또 고광나무꽃, 윤판나물, 각시괴불나무, 애기똥풀, 금꿩의다리, 옥잠화, 토란, 상사화, 하늘가재무릇, 잔대, 타래난초, 망초, 환삼덩굴, 마타리, 물봉선, 벌개미취, 기생여뀌, 술패랭이꽃에서 은분취까지 정말 다양한 야생화들이 차례로 나오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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