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느티나무, 무등산 골짜기에서 만나다

우면산 2023. 10. 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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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등산 꽃과 나무 2편으로, 무등산 골짜기에서 만난 느티나무 이야기입니다. ^^ 느티나무는 정자나무나 가로수로 더 친근하지만,  숲 속에서 자라는 자생 나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제가 무등산 느티나무를 만난 곳은 화순 수만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해 장불재 쪽으로 1시간쯤 간 곳입니다. 잠깐 골짜기에 앉아서 쉬는데 눈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였습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 느티나무입니다. ^^

 

무등산 느티나무.

 

무등산에서 만난 느티나무는 보통 느티나무에 비해 줄기 색이 회백색이 강했습니다. 또 줄기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위로 시원하게 쭉쭉 뻗은 모습이었습니다. 전문가들 얘기로는, 남부지방 자생 느티나무가 이런 특징을 보여 백느티나무라고 변종 취급을 하기도 한답니다. ^^

 

느티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며  중국 동부, 타이완, 일본 등에 분포한다고 합니다. 전국의 산기슭, 골짜기에 자라는 낙엽 큰키나무로 정원수나 가로수로 많이 심는 나무입니다. ^^ 

 

무등산 느티나무.

 

느티나무는 줄기가 튼튼하고 잎과 가지가 넉넉해 정자나무·가로수로 제격입니다. 오래된 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나무는 대개 느티나무입니다. 그래서 오랜 세월 아주 크게 자란 노거수(老巨樹) 중에는 느티나무가 특히 많습니다.

 

또 서울 시내 가로수 열 그루 중 한 그루는 느티나무일 정도로 가로수로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가로수길은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줍니다. ^^

 

느티나무 단풍.

 

느티나무 하면 강신재 소설 젊은 느티나무’를 빼놓을 수 없겠죠? ^^ 이 소설에서 열여덟살 여고생 숙희와 스물두살 대학생 현규는 두 사람의 부모가 재혼하는 바람에 맺어진 오누이입니다. 법적으로는 남매지만 한집에 살면서 사랑이 싹틉니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숙희의 번민은 깊어갑니다. 두 사람은 어두운 숲 속에서 서로를 안은 사이였습니다. 숙희는 곧 아무도 막아낼 수 없는,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시골집으로 내려갑니다. ^^

 

숙희는 날마다 뒷산에 올랐습니다. 거기엔젊은 느티나무'의 그루가 있었습니다. 아마 무등산에 있는 느티나무처럼 시원하게 쭉 뻗은 나무였을 것 같습니다. ^^ 며칠후 현규가 그곳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가 이삼 미터의 거리까지 와서 멈추었을 때 나는 내 몸이 저절로 그 편으로 내달은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사실은 그와 반대로 젊은 느티나무 둥치를 붙든 것이었다.

“그래, 숙희, 그 나무를 놓지 말어. 놓지 말고 내 말을 들어.” (중략)

“이제는 집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해 주겠지? 내일이건 모레건 되도록 속히...”

나는 또 끄덕여 보였다.

“고마워, 그럼.”

그는 억지로처럼 조금 미소하였다. 그리고 빙글 몸을 돌려 산비탈을 달려 내려갔다.

바람이 마주 불었다.

나는 젊은 느티나무를 안고 웃고 있었다. 펑펑 울면서 온 하늘로 퍼져 가는 웃음을 웃고 있었다. 아아, 나는 그를 더 사랑하여도 되는 것이었다….>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현규가우리에겐 길이 없지 않어. 외국엘 가든지…”라고 말하자 숙희가 너무 기뻐하면서 끝나는 내용입니다. 느티나무를 붙들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숙희의 모습은 좀 코믹하면서도 애절합니다. ^^

 

 

◇더 읽으면 좋은 이야기

 

-7대 가로수 보면 동네 형성 시기 짐작할 수 있죠 ^^ 

 

-서울 7대 가로수도 단풍으로 물들다 

 

-참빗살나무·용담·털조장나무, 무등산에서 만난 꽃과 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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