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야기

톡 터지는 달콤한 추억, 까마중이 익어갑니다 ^^

우면산 2020. 8. 1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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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까마중이 익어갑니다. 벌써 따 먹고 싶을 만큼 검게 익은 열매들도 있네요. ^^ 작은 흰색 꽃들이 푸른 잎 사이에서 날렵하게 꽃잎을 뒤로 젖히며 노란 꽃술을 내밀고 있고, 한쪽에서는 초록색 열매가 검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잘 익은 까만 열매는 흑진주처럼 생겼고, 군침이 절로 돌게 합니다.

 

잘 익은 까마중 열매.

 

까마중은 어린 시절 허기가 질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먹을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집 뒤꼍이나 길가에 흔했던 까마중은 여름 내내 까만 열매를 달고 있었고, 입 안에서 톡 터지며 그런대로 달콤한 맛이 나는 게 먹을 만했습니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데 우리 동네에서는 '먹때왈'이라고 불렀습니다. 산딸기를 '때왈'이라고 했는데 '먹때왈'은 검은 딸기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애들이 어려서 고향집에 갔을 때 그 맛을 알려주려고 까마중을 따서 먹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입에 넣더니 인상을 찡그리고 다시는 먹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다시 먹어보니 밍밍한 것이 예전 맛은 아니었습니다. 까마중 맛이 변한 것은 아닐 테니 제 입맛도 변해버린 모양입니다. ^^

 

까마중은 어린 시절 추억의 먹을거리여서 소설 속에도 가끔 등장합니다. 6·25 직후 서울 영등포 공장지대가 배경인 황석영의 단편 「아우를 위하여」에도 까마중 따 먹는 얘기가 나옵니다. 주인공이 열한 살 시절을 회상하며 "그땔 생각하면 제일 먼저 까마중 열매가 떠오른다. (중략) 먼지를 닥지닥지 쓰고 열린 까마중 열매가 제법 달콤한 맛으로 유혹해서는 한 시간씩이나 지각하게 만들었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까마중 꽃과 열매.

 

소설에서처럼, 요즘 서울에서 까마중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공터나 화단은 물론 가로수 아래 흙이 있는 곳에서도 까마중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까마중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습니다. 동네 애들이 보이는 대로 따 먹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동네 외진 곳에 있는 까마중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따 먹곤 했습니다. 익은 것을 다 따 먹어도 며칠 후면 다시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먹다 보면 입과 손 주변에 검은 얼룩이 생기곤 했지요. 요즘은 까마중을 따먹는 사람도 없으니 잡초처럼 흔해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까마중이라는 이름은 까맣게 익은 열매가 승려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은 것입니다. 산이나 집 주변, 밭, 길가, 아파트 화단 등 사람이 사는 곳 주변 어디에서나 잘 자랍니다. 시골은 물론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독성이 약간 있으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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