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향에 갔다 상경하는 길에 공주 마곡사에 들렀습니다. 이 절에 있는 백범 김구가 심은 향나무를 보기위해서였습니다. ^^
김구 선생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분노로 황해도 치하포 나루에서 일본인을 살해하고 인천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가 탈옥합니다. 그리고 마곡사에 은거하다 1898년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출가했습니다.
백범은 마곡사에서 6개월을 보내는 등 2년여 산중생활을 하다 자연스럽게 환속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이야기는 굳이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요. 김구 선생은 중국에서 임시정부를 이끌다 해방 후 환국해 1946년 마곡사를 방문해 향나무를 심었습니다.
김구가 기념식수한 향나무는 백범당이라는 건물 옆에 있습니다. 선생이 출가해 기거했던 건물을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백범당에는 김구 선생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친필 휘호가 있고, 건물 바로 옆에 기념식수 향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향나무는 건물에 너무 가까이 붙은데다 주변에 안내문이 두세 개 있어서 답답해 보였습니다. 특히 비상소화장치를 나무 바로 옆에 설치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나무도 시든 줄기가 적지 않게 보이는 등 건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주변 정리를 좀 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마곡사에는 선생이 삭발했던 바위가 있습니다. 마곡사와 공주시는 삭발바위와 마곡천을 잇는 다리를 놓아 ‘백범교’라 이름을 붙었고, 마곡사 인근에 ‘백범 솔바람 명상길’도 조성해 놓았습니다.
‘백범일지’는 출가해 삭발하던 상황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얼마 뒤에 사제 호덕삼이 머리털을 깎는 칼을 가지고 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툭 떨어졌다. 이미 결심은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향나무에 얘기하려면 먼저 ‘바늘잎’과 ‘비늘잎’이라는 용어를 설명해야 합니다. 잎이 바늘처럼 끝이 뾰족한 것이 바늘잎(침엽), 작은 잎들이 비늘처럼 포개어져 달린 것이 비늘잎(인엽)입니다.
향나무 잎은 이 두 가지가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5년 이상쯤 묵은 가지에는 비늘잎이 달리지만, 어린 나뭇가지에는 뾰족한 바늘잎이 달립니다. 그래서 향나무에는 바늘잎과 비늘잎이 둘 다 있는 것입니다.
향나무 열매는 둥근 형태인데, 처음에는 녹색이나 회청색을 띠다가 다음해 9~10월 흑자색으로 익습니다. 열매가 2년에 걸쳐 익는 것입니다.
향나무 비슷한데 거의 부드러운 비늘잎만 있는 나무가 가이즈카향나무, 비늘잎은 없고 뾰족한 바늘잎만 있는 나무가 노간주나무입니다. ^^ 가이즈카향나무는 학교나 관공서에 가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조경수 중 하나이고, 노간주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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