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에 띄는 식물 중 하나가 붉나무입니다. 아직 붉게 단풍 들기 전이지만 화려한 꽃과 열매가 눈길을 끌기 때문입니다. ^^ 그런데 붉나무를 보면 꽃과 열매 말고도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벌레집(충영)인 오배자입니다.
우선 붉나무 꽃잎은 흰색에 노란색이 조금 섞인 색입니다. 꽃 송이 하나하나는 작지만 작은 꽃들이 모여 고깔처럼 커다란 꽃차례를 만듭니다. ^^ 의외로 구수한 꿀 향기가 나니 기회가 있으면 꼭 맡아보세요. 꽃에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이용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요즘 붉나무 열매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작은 열매 표면에는 흰 가루 같은 것이 붙어 있는데, 이 가루가 짜면서도 신맛이 납니다. 그래서 오랜 옛날 바다가 너무 멀어 소금을 구하기 어려운 산간벽지에서는 이 열매에서 짠맛을 우려내 소금 대신 썼다고 한다. 붉나무를 ‘염부목’ 또는 ‘염부자’라고도 부르는 이유입니다.
자, 이제 오늘 제목인 오배자입니다. 붉나무에는 열매처럼 생긴 벌레집이 생깁니다. 진딧물의 한 종류인 ‘오배자면충’이 붉나무잎에 기생해 만든 딱딱한 덩어리, 충영(蟲癭)입니다. ^^
이 충영은 불규칙적인 주머니 모양으로, 사람의 귀 모양을 닮은 것이 많다고 합니다. 제가 사진으로 담은 붉나무 충영도 귀 모양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이 붉나무 충영을 한방에서는 오배자(五倍子)라고 부릅니다. 6월 접어들며 생기기 시작한 충영은 8월에 이르면 족히 다섯 배는 부풀어 아기 주먹만 해진다고 합니다. 오배자, 즉 ‘다섯 배(五倍) 열매(子)’라는 뜻의 이름은 거기서 나왔다고 합니다. ^^
여름에 몸집을 키운 오배자는 가을이 되면 성장을 멈추고, 그 무렵 오배자면충 진딧물은 벌레집 구멍을 뚫고 바깥세상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약재로 쓰는 건 진딧물이 나오기 전의 충영이라고 합니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의 나무인데, 다른 옻나무 종류들과 달리 작은 잎들을 연결하는 자루에 좁은 잎 모양의 날개가 있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풀 중에서는 바디나물이, 나무 중에서는 중국굴피나무 정도가 잎자루에 날개가 있습니다. 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분 포인트로는 더없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붉나무는 우리나라만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나무라고 합니다.
붉나무는 가을이면 붉게 단풍이 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일 정도이기 때문에 붉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단풍나무 종류가 아니면서도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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