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공부해 오면서 고수들이 팽나무 종류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을 여러 번 본 적 있습니다. “팽나무다”, “풍게나무다”라는 식이었습니다. 그만큼 팽나무 종류 구분이 쉽지 않고 정리도 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런 국내 팽나무 종류를 연구해 깔끔하게 정리한 젊은 학자가 바로 허태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입니다. 허 연구원은 복잡한 국내 팽나무 종류를 팽나무, 폭나무, 왕팽나무, 노랑팽나무와 풍게나무, 좀풍게나무 등 6가지로 정리했습니다(푸조나무는 별도 속).
이 분류에 따르면, 팽나무속은 열매의 색깔과 잎의 생김새로 구분하는데, 우선 열매가 노란색 또는 주황색으로 익는 것이 팽나무, 폭나무, 노랑팽나무, 왕팽나무 등 4가지이고, 열매가 검정색으로 익는 것이 풍게나무와 좀풍게나무 등 2가지입니다. 풍게나무와 좀풍게나무는 열매가 노란색으로 익다가 완전히 성숙하면 검정색으로 변합니다.
이중 폭나무(잎이 가장 작고 잎 끝이 뾰족)는 제주도와 전북 일부 서해안을 비롯해 남해안 일대에, 왕팽나무(잎이 대형이고 끝이 꼬리처럼 길게 뾰족)는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의 일부 지역으로 깊은 숲이나 석회암 지대 초입에 살고, 노랑팽나무는 아주 커다란 열매를 달고 있고 국내 자생지가 한 곳뿐이라고 하니 서울 등 중부지방 사는 사람들이 만날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팽나무, 풍게나무, 좀풍게나무 구분법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열매 최종 모습이 중요해서 요즘이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적기인 것 같습니다. 먼저 팽나무는 요즘 익는 열매가 약간 붉은색이 있는 노란색이고 잎 상반부에 거치가 있습니다. ^^
풍게나무는 울릉도를 비롯한 한반도 전역에 있는데, 열매가 검은색으로 익고 잎의 가장자리에 있는 뾰족뾰족한 톱니가 잎의 절반 아래까지 길게 나타나는 점이 특징입니다. ^^
좀풍게나무는 중부 이북의 해안가와 내륙의 석회암 지대에 주로 자란다는데, 풍게나무와 달리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잎의 절반 이하로 아주 조금만 나타나며 잎의 가운데 맥을 기준으로 양측의 톱니가 비대칭 모양입니다.
이런 기준을 갖고 광화문 일대에 있는 팽나무를 보니 의외로 좀풍게나무가 적지 않게 보였습니다. 요즘엔 열매가 다 익어서 붉은색 계열인지, 검은색인지만 확인하면 일단 팽나무인지, 풍게나무 또는 좀풍게나무인지는 알 수 있습니다.
허태임 연구원에 의하면 경복궁, 창경궁, 청와대에는 팽나무보다 좀풍게나무가 더 많다고 합니다. 흔히 팽나무로 생각해온 광화문 나무들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할 것 같습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에 더 자세한 팽나무 이야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더 읽을거리
-서울 팽나무들, 창원 우영우 팽나무 못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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