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시내 곳곳에서 빛바랜 누런색 또는 회색으로 보이는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가죽나무입니다. ^^
서울에 의외로 가죽나무가 많아 요즘에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거리를 지나다보면 히끗히끗한 열매를 달고 있는 가죽나무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다니던 길인데도 ‘저곳에 가죽나무가 있었나’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
예를들어 서울역사박물관 근처, 경희궁 흥화문 바로 옆에도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가죽나무가 두 그루나 있는데, 그곳에 가죽나무가 있는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ㅎ
가죽나무 열매는 멀리서 보면 흰색에 가까운 누런색인데, 가까이서 보면 연한 적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열매 하나는 길이 3~5cm, 나비 1㎝ 안팎이고, 프로펠러처럼 생긴 날개 가운데 1개의 씨가 들어 있답니다(이런 열매를 '시과'라고 합니다).
참고로 가죽나무는 암수딴그루이기 때문에 열매를 달지 않고 있는 나무도 있습니다. 그런 나무는 수그루겠지요. 요즘 아주 쉽게 이 나무의 암수를 구분할 수 있는거죠. ^^
또하나 가죽나무에서 특이한 것은 독특한 잎자국(엽흔)과 겨울눈입니다. 가죽나무 잎자국, 겨울눈은 주변에 흔한데다 큼지막해 눈에 잘 띠고 선명합니다. ^^ 가죽나무 잎자국은 하트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 잘 보면 물과 양분의 이동통로인 관다발자국은 V자형으로 배열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죽나무의 잎자국 위에는 반구형의 겨울눈이 있습니다. 잎자국과 겨울눈 모양이 호랑이 눈 같다고 가죽나무를 호안수(虎眼樹)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작은 겨울눈은 반구형이고 눈비늘조각은 2~3개 보입니다. ^^
가죽나무라는 이름은 참죽나무라는 이름과 대조를 이룹니다. 가죽나무, 참죽나무 이름은 봄에 나는 새순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붙인 것입니다. 먹을 수 있는 참죽나무는 진승목(眞僧木)으로 부르다가 참중나무, 참죽나무로 바뀐 것입니다.
가죽나무는 새순을 먹을 수 없어서 가승목(假僧木)에서 가중나무, 가죽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도심에 아주 흔해서 우리 자생 나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이 고향인 나무로, 우리나라에 귀화한 나무입니다. ^^
참고로 참죽나무는 나무 외형이 비슷하지만 열매는 전혀 다른 모양인데, 계란 모양 타원형으로 끝이 5갈래로 갈라진 독특한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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