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단편소설 ‘어느 밤’은 2019년 김승옥문학상 수상작이다. 한밤중에 킥보드를 타다 사고를 당해 홀로 쓰러져 있는 노년 여성이 자서전을 써내려가듯 일생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내년 칠순을 앞둔 이 여성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킥보드를 훔쳤다. 밤마다 이웃 아파트 단지에서 킥보드를 타다 넘어져 꼼짝 할 수가 없다. 사람을 불러보지만 으슥한 곳이라 응답이 없다. 구조를 기다리며 찬찬히 옛 기억을 되짚는다. 결혼 초기 ‘나’는 남편과 지물포를 차렸다. 도배지를 바닥에 깔고 앉아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었지만 입이 달던 시절이었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밀려 가게를 접은 후 남편은 공사 현장 경비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순찰을 제대로 돌지 않은 어느 날 사고가 나서 해고를 당했다. 이후 남편이 하루종일 뉴..